• 검색

전세대출 줄었다?…금융권, 임대차 시장 '예의주시'

  • 2022.02.17(목) 15:33

1월 전세대출 잔액 감소…NH농협은행 급감
전세의 월세 전환, 구조 변화여부 주목

순증하던 은행 전세대출 잔액이 5년여 만에 감소했다.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 등) 도입 이후 주택 임대차 시장에 전세 매물이 줄고, 지난해까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전셋집이 반전세 혹은 월세로 전환되고 있어 전세대출 잔액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에선 연초에는 연말 성과급 등을 활용해 대출 차주들이 상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몇달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전세대출은 규제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은행들도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가 전세대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5년 만에 줄어든 전세대출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시중은행 5곳(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전세대출(정책 지원이 아닌 은행 자산으로 이뤄진 대출) 잔액은 129조5152억원으로 전달보다 1817억원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 전세대출이 줄어든 게 결정적이었다. NH농협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19조1501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1611억원(5.7%) 감소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전세 거래가 줄면서 전세대출 잔액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전세대출 잔액이 줄지 않았다. 다만 이들 역시 이전과 비교해 잔액 증가 규모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올초 시중은행 전세대출 잔액을 감소율로 보면 0.001%에 불과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던 전세대출 규모가 줄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은행 입장에서 전세대출은 주담대와 달리 안정적인 대출 상품이다. 주담대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의 직접적인 대상일 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전세대출의 경우 규제에서 자유롭다. 전셋집이 월세보다 주거비용 부담이 적어 무주택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라 정부 입장에서도 전세대출을 규제하기는 쉽지 않는 까닭이다. 실제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본격화했던 작년 하반기에도 전세대출은 예외로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집값 상승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세로 꾸준히 성장해온 대출 상품"이라며 "특히 주담대는 여러 규제로 인해 주택 거래가 줄면서 변동 가능성이 있었지만 전세대출은 규제와 상관없이 계속 증가해왔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줄어들까

이런 이유로 금융권에선 전세대출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향후 증가 추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세 거래가 줄어 전세대출이 감소하면 이자수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관건은 주택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차인 보호를 위해 시작된 임대차보호법은 오히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매물 품귀현상을 야기했고, 급격히 오른 집값과 낮은 금리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게 만들었다.

최근 들어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 세입자들의 이자부담도 커지면서 전세보다 월세를 사는 게 나은 경우도 생긴다. 실제 서울 지난해 아파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37.4%로 매년 올라가고 있다. ▷관련기사: [집잇슈]'전세 시대' 이대로 끝날까요?(2월16일)

다만 아직까지 금융권에선 전세대출의 추세적 감소를 예측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금리 상승과 맞물려 대출금을 상환하는 차주들이 늘면서 전세대출 뿐 아니라 연 초에는 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는 시기인 까닭이다. 여기에 겨울철은 전세 거래량이 줄어드는 계절적 비수기이기도 하다.

김재관 KB국민은행 CFO(전무)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세대출 감소 분위기에 대해 "2월 이후 이사철이 본격화되면 전세자금 수요가 생길 것"이라며 "오는 7월 임대차보호법 영향으로 계약이 연장됐던 전셋집들의 계약 종료시점이 오면 전세보증금을 구하기 위한 대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집주인 입장에선 기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기 위해선 일부 보증금을 반환해야 해 목돈이 필요한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금융 환경 등을 고려하면 전세대출 감소 여부도 작년 말 대비 잔액보다 최소 3~4개월 이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