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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전세대출도 부담…차라리 월세 살까

  • 2022.06.15(수) 06:10

5월 전세대출 잔액, 전년말 대비 2.1% 증가 그쳐
전세대출 금리, 전환율보다 높아…월세 유리할수도

올들어 전세대출 증가세가 한 풀 꺾였다.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와 비교해 10% 이상 올랐지만 거래량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에선 오는 8월 이후 전세대출 변곡점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 시행 후 묶였던 전셋집들의 계약이 풀리는 시점인 까닭이다.

정부는 전세난을 대비해 공급을 늘리고 세입자 부담을 더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셋값 불안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세대출 금리도 높아진 탓에 월세 전환이 더 유리할 수도 있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확 줄어든 전세대출 증가액…이유는

5월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132조4582억원(은행 자산으로 이뤄진 대출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29조6969억원)과 비교해 5개월 동안 2.1% 증가하는데 그쳤다.

우리은행이 6.4% 증가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3.4%와 2% 늘었다. 반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작년 말에 비해 각 0.1% 감소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은행들의 전세대출 잔액 증가율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숫자다. 작년 5월의 경우 전년말 대비 전세대출 잔액은 8.9% 늘어난 바 있다.

은행들의 전세대출 잔액 규모가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무른 것은 전세시장 거래가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가격 자체는 1년 전과 비교해 10% 이상 올랐음에도 거래는 활발하지 않았다는 게 부동산 업계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4월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95만3775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21.5% 증가했지만, 이는 작년 6월부터 시행된 전월세신고제 자료로 집계범위가 확대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세의 반전세 혹은 월세 전환도 전세대출이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 거래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특히 은행들의 전세대출이 늘지 않은 것은 전세가 아닌 반전세(월세 등) 계약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셋값에 금리까지…서민 주거 한숨만

2020년 7월31일부터 임대차보호법 중 계약갱신청구권(2+2년)이 적용, 오는 8월이면 계약이 만료되는 전세 매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점으로 신규 전세계약이 이뤄지면 전세대출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은행들의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는 오는 8월 이후 전세 연장을 하려면 집주인 요구대로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한다"며 "부족한 자금을 전세대출이나 신용대출을 통해 조달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에 세입자들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미 전셋값이 크게 올라 신규 계약 시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금리 인상에 전세대출 이자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실제 1년 전에 비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10.4% 오른 3억4144만원, 서울은 10.2% 상승한 6억7709만원(KB부동산)이다. 동시에 전세대출 금리도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4~5% 선에 형성돼 있다.

이런 이유로 전세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전월세전환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10%)과 2%(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기준금리(1.75%)를 더한 값 중 작은 것으로 정해 전세대출 금리보다 낮아서다.

가령 전세 보증금 6억원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전세대출로 3억원을 받을 경우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금리 4.5% 적용)는 112만5000원 정도다. 반면 6억원의 전세를 보증금 3억원, 전월세전환율 3.75%(기준금리+2%p)를 적용하면 매달 부담하는 월세는 93만7000원으로 전세대출 이자보다 약 19만원 가량 적다.

은행 여신업무 관계자는 "전세보증금 증액이 어려워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출 이자와 월세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세입자 입장에선 월세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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