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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주총]①KB금융, 사외이사 놓고 또 대결

  • 2022.03.08(화) 06:10

노사 나란히 사외이사 신규 추천
KB노조 5번째 사외이사 추천…외인 표심 잡을까
국내 최대 순익 KB…주주환원정책 또 내놓을까

주주총회의 시즌이 돌아왔다. 기업들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주주들에게 제시한다. 1년중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3월 넷째주부터 주주총회에 본격돌입한다. 각 금융지주별 주주총회 주요 안건은 무엇인지, 해당 안건이 의미하는 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KB금융지주는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최대 안건은 사외이사진의 변경이다. 올해 임기가 종료되는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은 연임을 추천받았고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두 명이 이름을 올렸지만, 두명 모두 사외이사진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둘중 한명이 노조가 추천한, 즉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여서다. 

KB금융지주 노조측은 꾸준히 사외이사를 추천해왔다. 하지만 번번히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와 동시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그동안 꾸준히 밝혀온 '주주환원정책' 확대에도 관심이 쏠린다. KB금융지주는 올해 배당성향을 코로나19 이전인 26%로 올리겠다고 이미 밝혔다. 관건은 금융지주들의 공동목표인 배당성향 '30%'를 윤종규 회장이 구체적으로 공언하느냐다. 

KB금융 주총 핵심은 '사외이사'

KB금융지주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 의안으로 △2021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등에 의한 주주제안) 등을 공시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2호 의안인 이사 선임의 건과 6호 의안인 사외이사 선임의 건 두 건이다.

먼저 2호 의안의 경우 KB금융지주 사측이 내 건 의안이다. 의안은 지난해 KB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이재근 행장을 기타비상무이사(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과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권선주 △오규택 사외이사 연임의 건이다. 

아울러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020년부터 사외이사진에 '디지털·IT'를 추가했다.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금융에 접목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추위 측은 최재홍 후보가 카카오 사외이사를 6년간 역임하면서 스타트업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한 대표 ICT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최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KB금융이 '넘버 원 금융플랫폼'으로 앞장서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것으로 봤다.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또 한명은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이다. 다만 김영수 전 부행장은 사측이 아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즉 KB금융지주 노조측이 추천한 인물이다. 

KB금융 노조는 김영수 전 부행장이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지내면서 글로벌 사업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을 들어 추천했다. KB금융지주가 경쟁금융지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둘 다 이름을 올릴까 한명만 이름을 올릴까

금융권에서는 최재홍 교수의 경우 별 무리없이 사외이사진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 높다. KB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률이 72%를 넘는데, 대부분 사측의 결정에 우호적이어서다. 

반면 김영수 전 부행장의 경우 이름을 올리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사측에 우호적인 주주들 입장에서는 노조 추천 인물이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릴 경우 빠른 의사결정 등이 지연될 가능성 등으로 경영방향이 틀어질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금융지주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계속해서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있지만 표 대결에서 패배해 왔다. 노조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총수가 0.55%수준에 그치는 만큼 외국인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지만 이미 사측에 우호적인 지분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간 KB금융지주 노조가 추천해 온 사외이사들의 배경에는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2017년 추천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의 경우 친환경 전문가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가 장하성 주중 대사, 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과 함께 참여연대에서 일한 사실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2018년에는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배경은 그가 인사부문 전문가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 역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금융경제연구소장 등을 지낸만큼 하 대표와 결이 같다는 분석이 많았다.

2019년에는 백승헌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소속 법무법인이 KB손해보험의 법률자문을 수행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진 철회했다. 2020년에는 ESG경영에 맞춰 친환경 전문가인 윤순진 서울대학교 교수와 ESG 전문가로 꼽힌다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후보로 추천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를 권고하면서 사실상 표를 얻지 못했다. 

올해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김영수 전 부행장이 수출입은행 재직시절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력 때문에 사실상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배당성향 30% 구체적으로 약속할까

이와 동시에 국내 최대 순익을 자랑하는 KB금융지주의 주주환원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매년 주주총회에서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적극 펼치겠다고 밝혀온 바 있다.

일단 KB금융지주는 지난달 있었던 2021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지난해 역대급 순익을 올린만큼 이를 바탕으로 배당성향을 26%까지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당 배당금은 2960원이다. 이와 관련 KB금융지주는 지난해 4조4096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2020년 대비 27.6% 증가하며 국내 금융지주중 최초로 연간 순익 4조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에는 자사주 230만3617주(1000억원 규모)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수가 줄어드는 만큼 1주당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다시말해 주주들 입장에서는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얘기다. 

이처럼 지난해 연말부터 연이어 주주친화정책을 내건 만큼 윤종규 회장이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을 주주들에게 약속할 지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윤 회장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기적으로 배당성향 30%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관건은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 확대에 금융당국이 탐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가계부채, 소상공인 부채, 글로벌 공급망 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이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배당제한 권고 등은 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배당확대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당국에서 도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지난해 역대급 순익을 기록했고 금리인상 돌입 등 금융회사에 우호적인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완충장치는 충분히 마련했다고도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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