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금융시장의 눈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입에 쏠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곧장 인사 청문회 작업에 돌입하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를 두고 정치권의 공방은 다소 잦아든 모습이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구상하는 금융시장 방향과 이창용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견해에 차이가 날 경우 선임과정에서 진통이 생기고, 이는 총재 공백상태 장기화로 이어질 수도 다. 이창용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준비과정에 나올 수 있는 메세지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지난 1일 본격적인 인사 청문회 과정에 돌입했다.
일단 이창용 후보자를 두고 정치권의 공방은 다소 잦아든 모습이다. 애초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후보자를 지명했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는 정권 말기 '알박기 인사'가 아니냐 라는 말이 돌기도 했지만, 이같은 논란은 가라앉은 상황이다.
앞으로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이후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내면 한국은행의 국회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창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이후 국회의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임명을 마무리하면 한국은행 총재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관건은 이창용 후보자가 보는 국내 금융환경에 대한 진단이다. 현재 차기 정부는 가계대출을 족쇄를 푸는 정책을 구상중이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완화 등을 통해 가계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의 금액을 높히자는게 골자다.
대출의 경우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금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대출 한도를 높히더라도 접근성이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 될 한은 총재 역시 가계부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간 한국은행은 금리결정에 대해서는 한국은행과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성이 인정돼야 하며 금통위가 경제여건을 면밀히 살펴 결정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과 정책 공조를 위해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척 하면 척'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경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등 두 정부를 거치며 통화정책을 균형감있게 펼치려고 노력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이창용 후보자 역시 이러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지만 정치권, 특히나 차기 정부를 준비하는 쪽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공조를 맞춰 줄 사람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봤다.
일단 이창용 후보자는 차기 정부가 구상하는 금융시장 조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 차려진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 사무실 출근중 기자들과 만난 이창용 후보자는 "한은 총재로 취임한다면 반드시 하고 싶은 것이 가계부채 문제"라며 "가계부채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떠한 정책을 펼칠지에 대한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기 정부가 구상중인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당장은 가계부채가 부동산 문제와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단기간 위험요인은 아니다"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 후보자가 앞으로 어떠한 메시지를 보내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단은 한국은행 총재 공석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여야 모두의 의견"이라면서도 "정권말 후보자로 지정된 인사의 청문회라는 점에서 차기정부와의 원활한 정책공조 여부를 면밀히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청문과정에서 잡음이 커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 권한이 있기 때문에 임명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여야 합의없이 한은 총재 임명이 강행될 경우 차기정부 출범후 정책적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한은 총재에 대한 압력이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임명했던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를 경질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적극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금융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압박을 펼쳤지만 이성태 전 총재는 이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섰다는 이유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