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금융시장의 눈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청문회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정부는 현재 부동산을 중심으로 하는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고심중인데, 이창용 후보자가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은데 이어 대출 규제 완화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이 후보자가 통화정책과 관련해 매파적인 스탠스를 지속해서 관철할지도 주목된다.
17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1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이번 청문회에서 이창용 후보자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스탠스에 대한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이창용 후보자는 매파적인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재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계부채 해결책에 대해 금리 조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지난 10일 이 후보자는 국회 기재위 소속 김주영 민주당 의원의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가계부채 관리 방안' 서면 질의에 대해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문제와도 깊이 연결돼 있고 앞으로 성장률 둔화 요인이 될 수 있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은 시급한 정책과제"라며 "한은이 금리 시그널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부채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더라도, 이를 통해 가계가 빚을 갚는 기조가 자리잡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연이어 나설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 고물가 등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은은 지난 14일 총재 공석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기준금리가 2.0%까지 올라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관건은 통화정책회의를 주재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이 매파적으로 나설 경우 애초 관측보다 기준금리가 더 빠르게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이창용 후보자가 이번 청문회에서 금리에 대해 어떠한 스탠스를 내놓을 지 주목한다.
동시에 이창용 후보자가 차기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에도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창용 후보자는 차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완화에 대해 "대통령 인수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LTV 조정은 생애 첫 주택구입자를 등을 대상으로 하는 미시적인 보완책으로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정책이 확대돼 국민경제 전체 대출 규모와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영향을 주게되면 물가안정, 금융안정 등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서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정책 공조를 원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취임 이전부터 차기 정부의 핵심 공약에 대해 결이 다른 의견을 내세운 만큼 이번 청문회에서는 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총재의 의견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물가안정을 위한 이창용 후보자의 견해에 대해서도 주목된다. 최근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한은 등은 4%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은의 최대 목표 중 하나는 물가안정이다. 한은이 2019년 이후 내건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상승률 2%다.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 등으로 인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4%선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이창용 후보자가 현재 물가상황에 대해 어떠한 진단을 내리고 있는지 역시 이번 청문회에서 다뤄질 핵심 내용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예상치 못한 국내외 경제충격, 경제여건 변화 등으로 물가안정목표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정부와의 협의이후 이를 재설정할 수 있다. 이창용 후보자의 물가에 대한 진단에 따라 한은이 물가안정목표를 다시 설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