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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 숨겨지지 않는 '비둘기 본능'

  • 2022.04.01(금) 16:50

①"한국은 재정 건전하고, 금리 미리 올렸다"
②정부정책과의 '포괄성·일관성·조정' 강조
③"한미 금리역전 해도 자본유출 심하지 않아"

"데이터(data)가 변함에 따라 어떤 때는 매파(통화긴축 선호)가 되고, 어떤 때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될 것 같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본인을 두고 '비둘기파'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1일 국회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며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성향을 떠나 '상황'에 맞는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10여분간 문답 속에서 그의 '성향'은 다 가려지지 않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 차려진 인사청문회 TF 사무실에 출근하는 중 기자들과 질의응답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부양정책 여력 있다"

이 후보는 지명 직후 여러 차례 경기 하방 위험을 가장 먼저 짚었다. ▷관련기사: 차기 한은 총재 후보 첫말에 비친 '경기 우려'(3월24일) 지난달 30일 입국 현장에서도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낸 보고서에 하방위험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 등 3가지를 제기했는데, 이 3가지가 다 실현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인식이 통화당국의 금리 정상화(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미냐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왔다. 이에 그는 "IMF 보고서는 그런 하방리스크가 실현됐을 때, 경기에 주는 영향이 물가보다 훨씬 더 예상 밖으로 커졌을 때 한국은 재정도 건전한 편이고 금리를 미리 올렸기 때문에 부양정책을 할 여력이 있다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여지는 있는 상태라는 진단인 셈이다.

그는 다만 "경기 하방 리스크가 실현됐을 때 물가에 더 영향을 줄지, 성장에 더 영향을 줄지는 분석을 해봐야 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금융통화위원들과 함께 현실화한 변수가 성장과 물가 어느 쪽에 더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만 보는 시대 지났다"

그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두고서도 물가안정만을 목표로 두던 때가 아니라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물가만이 '최우선'은 아니란 의미다. 이 후보는 "중앙은행 정책도 큰 틀로 물가, 성장, 금융안정, 거시경제 전반적인 영향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라며 "정부정책과의 일치성, 일관성 속에 서로 협조하는 가운데 물가를 어떻게 달성할까 이런 틀로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 지원 등의 재정정책과 관련해 금리 정상화 등 통화정책이 부딪히지 않겠냐는 질문에도 '아직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비쳤다. 그는 "지금은 재정정책이나 대출규제 완화가 마이크로적 측면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재정정책과 금리정책이 매크로(거시경제)에 주는 영향을 보면서 서로 조율하고 정책이 일관되게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때는 매파가 되고, 어떤 때는 비둘기파가 될 것 같다'는 말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그는 "매파, 비둘기파 이렇게 나누는 것은 좀 적절하지 않다"며 "데이터가 어떻게 일어나고 그 데이터가 일어난 상황에서 어떻게 가장 정책조합을 잘 이루고, 정부와의 조율을 잘하느냐 이런 각도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근무해온 IMF에서도 통화정책 방향에 3C(Comprehensive·Consistent·Coordinated, 포괄성·일관성·조정)가 강조되고 있다는 걸 소개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더 무게를 두고 보지만 과거처럼 중앙은행 독립이라 해서 물가만 보는 프레이밍(framing)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 차려진 인사청문회 TF 사무실에 출근하는 중 기자들과 질의응답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미 금리역전, 있을 수 있다"

그는 최근 우려를 사고 있는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 대해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미국의 빨라진 금리 인상 속도에 밀려 기계적으로 국내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그는 한미간 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 질문은 아마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 첫 번째 자본 유출이 심해질거다, 이런 걱정이 많아서 그러는 것 같다"면서도 "반드시 자본 유출이 금방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금리뿐만 아니라 환율 변화, 경제 전체의 펀더멘털 변화 등 여러 변수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8~2019년 금리 역전이 있었을 때 자본이 오히려 순유입했던 전례를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미간 금리격차가 자본 유출에 주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금리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가계부채와 관련한 정책 견해 질의에는 "지금 당장은 가계부채가 부동산 문제와 연결이 돼 위험요인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다 같이 가계부채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정책을 펼지 중장기적으로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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