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때문에 요즘 금융권이 난리도 아니에요. 300조원이나 되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해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통상 퇴직연금은 사업자(금융사)와 기업 간에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연말에 갱신이 몰려 있죠.
보험사들은 '이율보증형보험(GIC, guaranteed interest contract)'이란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유치해요. 일정 기간(1·2·3·5년) 동안 보증한 확정이율 만큼 수익을 더해 보험금을 주는 상품이죠. 은행의 정기예금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최근 보험사들도 퇴직연금 상품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GIC 금리를 바짝 올려 내놓고 있어요. 그런데 연말 들어 1년짜리 상품의 금리가 3~5년 상품의 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요. 오랜 기간 돈을 묶어두면 더 많은 이자를 쳐주는 게 상식인데 말이죠.
어떤 보험사들은 만기 1년 상품과 3년 상품의 이율차이가 2%포인트 가까이 벌어지기까지 했어요. 은행에서도 요즘 가파른 금리 상승과 함께 장단기 정기예금 금리가 역전되는 경우가 있있지만 커봐야 0.5%포인트 안팎이거든요
1년과 3년 상품의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사고'를 쳤던 흥국생명이에요. 1년 만기 GLC는 연 6.46%지만 3년 GLC는 4.5%로 1.96%포인트 차이가 나죠. DB생명은 1년 6.4%, 3년 5%로 1.4%포인트 벌어졌고요.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1년은 5.55%, 3년은 4.2%로 1.34%포인트 차이가 나요.
여기엔 이유가 있답니다. 일단 1년짜리에 고금리를 주는 이유는 시장의 고금리가 그 정도는 지속될 거라는 예상이 깔려 있어서고요. 또 당장 퇴직연금 상품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계산도 있죠.
반면 만기 3~5년 상품에 그보다 못한 이율을 매긴 건 시중금리가 그 사이 다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기준금리가 10년래 최고인 3.25%라지만, 인플레이션 각정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요.
모든 보험사가 그런 건 아니에요. 삼성생명은 1년 3.56%, 3년 5.2%로 장기 상품의 이율이 훨씬 높고요. 교보생명은 1년 5.56%와 3년 5.7%, 한화생명은 1년 5.2%와 3년 5.3% 상품을 내놓고 있죠.
결국 퇴직연금 유치를 놓쳐 뭉칫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우려스러운 보험사들이 1년 상품을 '특판' 금리로 내놓는 거죠. 이게 단기상품의 고금리, 나아가 장단기 금리 역전의 원인이고요. 유치 금액이 줄면 금융당국이 정한 재무건전성 기준도 맞추지 못해 부실 보험사로 찍힐 수 있거든요.
증권사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equity-linked bond)로 퇴직연금을 유치하는데요. 조건부라지만 확정적인 약정을 통해 제시한 수익을 주는 상품이죠. 금감원 통합연금포털을 보니 다올투자증권과 SK증권등이 가장 높은 8%대, 이어 유진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이 7%대 상품을 내놓고 있네요. 이들이 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지도 짐작되실 거예요.▷관련기사: '유동성 위기가 더 무섭다'…연 8% 이율 내세운 증권사(12월1일)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의 과열된 퇴직연금 경쟁과 이로 이한 급격한 자금 이동을 경계하고 있답니다. 자금이 쪼그라든 금융사들이 운용하던 채권을 팔아치우면 또 금융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관련기사: 퇴직연금 머니무브 막는다…비사업자 '컨닝공시' 규제(11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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