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거머리처럼…" 출마설 일축한 금감원장

  • 2023.03.16(목) 14:20

"금감원은 검찰만큼 중요…딱 붙어 있겠다"
끊이지 않는 내년 총선 차출설 선긋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에 거머리처럼 딱 붙어 끝까지 열심히 일하겠다"며 내년 4월 총선 출마설을 일축했다고 합니다. "금감원은 검찰만큼 중요한 조직"이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14일 비공개 임원회의에서의 언급이란 전언입니다.

이어 전 직원에게 "감독원 수장으로서의 역할이 엄중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소명감과 애정을 가지고 감독원장으로서 본분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공지했다고 합니다. 이 원장이 출마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 원장은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최측근 인사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출마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역대 금감원장중 3년 임기를 채운 인물은 윤증현·김종창·윤석헌 전 금감원장 단 세 명에 불과하긴 합니다. 하지만 취임 1년도 채 안 된 금감원장이 출마설로 곤혹을 치르는 건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간 이 원장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습니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건 최근입니다. 메신저 등으로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속칭 찌라시(미확인 정보지)가 확산되면서부터죠. 총선이 불과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과 맞물리면서 이 원장이 7월께 사임하고 후임으로 다른 검찰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이 원장의 자택이 있는 서초구나 고등학교를 나온 동작구 등 출마 예상지까지 나왔고요. 여의도 정가에서는 대통령과 가까운 이 원장에게도 총선 총동원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죠.

출마설이 나오는 것은 이 원장의 광폭 행보 때문으로 보입니다. 취임 초기부터 다양한 피감기관들과 접촉하며 검사출신 금감원장으로서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죠. 최근엔 윤 대통령이 주문한 은행 개혁 선봉에 서서 때로는 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고요. ▷관련기사 :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에 '약탈적 영업' 거친 비판(2월 17일)·'임종룡호' 우리금융 조직 쇄신 본 금감원장 "긍정적"(3월 9일)

금감원장이 공개적으로 그리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웬만하면 상사 격인 금융위원장보다 말을 아끼는 게 미덕으로 여겨진 데다, 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말 한마디를 조심하는 게 그간 금감원장의 모습이었으니까요. 이 원장의 거침없는 움직임에 혹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일단 금감원 일부에서는 이 원장의 이번 발언을 "임기 완주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일하는 금감원장도 드물다"는 반응도 있다고 합니다.

전임인 정은보 원장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었는데 후임인 이 원장까지 그만두면 조직 피로도가 너무 높아진다는 분위기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이 원장을 쉽게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작용하는듯 합니다. 조직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어서입니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주목받는 이복현, 가려진 김주현(2022년 10월 20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징(PF) 대출, 금융권 개혁 등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숙제도 산적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까지 더해지며 감독당국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취를 둘러싼 잡음을 한번 정리해주고 조직 기강도 바로잡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부와 여당에서 강력하게 출마를 권유하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차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검찰에 몸 담고 있던 당시 금감원장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 원장의 최종 선택을 아직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