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됐던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강조한 까닭이다.
다만 노조의 반대가 거세고 야당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격려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부산의 글로벌 거점화를 위한 방안으로 가덕도 신공항 개항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약속했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이었다. 실제 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은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추진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역시 취임 후 부산이전을 위한 컨설팅 진행과 조직개편, 인사이동 등을 통해 동남권 지역에 힘을 싣는 등 윤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부산이전'으로 읽히는 산은 조직개편(22년 12월5일)
최대 관문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다. 지난 달 21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사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의결에는 실패했다.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노조 등 직원들과의 대화를 포함한 노사 협의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28일 법안소위에선 논의 안건에서 제외됐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민생 현안 법안에 대한 논의가 우선 순위였던 까닭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재차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여당과 금융당국이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를 산업은행 부산이전으로 만회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만큼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현재 정무위 법안소위는 오는 12일, 전체회의는 14일에 예정돼 있다. 법안소위에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의결하면 전체회의를 거쳐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다.
하지만 법안소위에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다시 논의될 수 있을지, 논의된다해도 여야 간 의견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류가 변할 수도 있다"면서도 "산업은행이 왜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는지, 이전을 통해 어떤 이익이 있는지 등 당위성을 금융당국이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소위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역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를 산업은행 부산 이전으로 만회하려는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정부·여당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국가균형발전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민심 달래기였다는 게 드러났다"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국가 경제와 금융산업에 대한 고민 없이 정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