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에게 자율배상 결정을 가장 빨리 내렸던 우리은행이 일부 투자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한다. 지난달 말 하나은행, 이달 초 신한은행이 실제 배상에 나선 이후 세번째 배상사례다.
은행들이 속속 배상을 위한 고객과의 합의에 성공하는 모양새지만 아직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게 은행권의 관측이다. 은행이 제시한 배상비율과 고객이 원하는 배상비율의 괴리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일부 ELS 투자자들과의 배상 협상을 마치고 실제 배상금을 지급을 위한 고객 동의를 확보했다. 배상비율은 투자자별 상황이 모두 다른 만큼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온 고객 중 배상 대상 고객은 약 40여명으로 이중 2~3명 가량과 배상금 지급 협상이 마무리 돼 가는 단계"라며 "배상금 지급 동의를 받으면 5영업일 이내에 실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실제 배상금 지급을 마무리하면 하나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세번째로 ELS 배상에 나선 은행이 된다. ELS 배상안은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배상기준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정해 고객과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해 실제 배상이 이뤄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배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이들 은행들이 배상하는 고객이 극히 일부일뿐 여전히 배상절차를 마무리 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배상금 지급을 완료한 은행들을 보면 모두 10명 이내로 배상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ELS 계좌만 39만개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상이 본격화 됐다고 보기는 다소 이른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투자자들이 은행들이 제시한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절차나 소송 등의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일부 ELS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의 100%를 모두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불완전판매 등으로 ELS를 판매한 만큼 '사기'를 당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손실금액의 40~60%가량이 평균적으로 배상될 것으로 봤다. 은행과 투자자들의 입장차이가 확연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