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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높여도 안 잡히는 주담대…은행권 '속앓이'

  • 2024.07.24(수) 08:49

가산금리 높였지만 여전한 가계대출 수요
'시장금리 떨어지는데' 거꾸로 가는 금리
가산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이자장사' 걱정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따라 은행권이 가산금리 인상 등을 통해 가계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으면서 은행권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금리를 높였는데도 가계대출 수요가 잡히지 않을 경우 가산금리를 더 인상해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주담대 가산금리를 일제히 높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주기형·혼합형 상품의 금리를 현행보다 0.2%포인트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18일 부동산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고정·변동형 금리를 0.02%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도 지난 15일 주담대 고정형 금리를 0.05%포인트 올린데 이어 지난 22일 0.0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이날(24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중 기준금리 5년 변동 상품 대출금리를 0.20%포인트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주담대 수요 지속…은행권도 '난감'

은행들이 이처럼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를 열고 최근들어 은행권 주담대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이후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금리를 높이면서 주담대 수요 조절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장금리 하락으로 주담대 수요가 잡히지 않는 등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고민이 커지는 모양새다.

은행들은 만약 지금과 같이 주담대 수요가 잡히지 않을 경우 가산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가산금리 인상 폭과 횟수 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가산금리를 한 번에 큰 폭으로 높일 경우 당장의 수요를 조절할 수 있겠지만 안팎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시장금리는 낮아지는데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이자장사' 비판에 더욱 강하게 직면할 수 있다. 시장금리와 다르게 움직이는 은행들의 대출금리에 대한 저항감이 커지고 금리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면서 신뢰 또한 떨어질 수 있다.

일부 은행들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 적은 폭으로 여러 차례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안 또한 검토 중인 분위기다. 실제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가산금리 인상 폭이 0.05%로 가장 낮았지만 유일하게 두 차례 인상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한 번에 많이 올리면 높은 금리에 대출을 신청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별 주담대 잔액이나 향후 방향성을 어떻게 분석하는지에 가산금리 부과 폭이나 횟수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눈치보랴 당국 눈치보랴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 은행권이 금감원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 이후 일제히 가산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준수 부원장은 지난 3일 열린 가계부채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진행한 질의응답에서 "금리 조정은 금융회사 간의 영업경쟁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있을 수 있는 현실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자수익이 금리 뿐만 아니라 대출 총량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산금리를 높여 과도한 수익을 취하고 있단 해석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담대 신규 취급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시장금리와의 격차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높이더라도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어 은행들의 주담대 신규 취급 금리는 내려가고 있다"라며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금리가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하게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기보다 상황을 보면서 약간씩 수요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가산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게 될 경우 고객 뿐만 아니라 당국의 눈치까지 살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따라 대출금리를 산정하고 있는데, 금감원이 은행권의 가산금리 산정이 관리를 위한 필요성을 넘어설 정도로 높다고 볼 경우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존 경영목표에서 제시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관리하기 위한 수준을 넘어서서 필요 이상으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가산금리 운용 체계에 대한 검사나 점검에 나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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