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핵심 조건은 '실현가능성'이다. 기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 출범 후 금융 편의성 제고 등 성과도 있지만 자금조달 안정성과 사업계획 실현가능성 등 보완할 부분이 명확히 드러난 까닭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규 인가 기준 조건에서 실현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대주주의 자금조달계획 뿐 아니라 사업 혁신성과 포용성 등도 단순히 사업계획서에 담긴 '청사진'이 아니라 인가 후 실현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그 동안 금융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지역기업에 대한 금융공급 계획도 배점 항목에 추가하면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컨소시엄에는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점표 곳곳에 새겨진 '실현가능성'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항목 및 배점'을 보면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 항목이 기존 100점에서 150점으로 확대됐다. 소요되는 자금조달 현실성과 추가적인 자본조달방안 적정성을 보던 것에서 두 항목 모두 실현가능성까지 평가하면서 배점을 늘렸다.
금융당국이 자본조달 실현가능성 등에 중점을 둔 것은 과거 대주주 제재 이슈와 비금융주력자 지분 제한(34%) 등으로 성장과정에서 자금 확보에 제약이 발생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주 수가 많았던 케이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증자가 지연돼 일시적으로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2019년 1월)되면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ICT기업(비금융주력자)의 지분보유 한도가 확대됐다. 이를 통해 BC카드가 지분율 34%의 대주주가 되기 직전 비씨카드를 포함한 주주들이 약 4000억원을 추가로 증자할 수 있었다.
사업계획 혁신성 중에선 기존 금융권에서 하지 못한 혁신에 대한 실현가능성 부분과 기존 금융산업 경쟁도 제고 등을 세분화해 배점했다. 차별화된 금융기법으로 기존 금융권이 자금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분야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도 심사 대상이다.
사업계획 포용성 부분도 배점이 200점(기존 150점)으로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지역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계획과 실현가능성 분야가 배점 항목에 추가됐다.
현재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준비하는 컨소시엄들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인데, 중점 고객군에 대한 신용평가모형 구축 계획과 이를 활용해 실제 혁신적인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들여다본다.
특히 금융권 경쟁도평가 결과를 반영해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계획을 평가한다. 중소기업 신용대출 시장은 시장집중도가 하락하고, 지방은 수요 대비 금융공급이 부족한 까닭이다. 금융당국은 신규 인터넷은행이 비수도권 중소기업 자금공급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기존 금융권과의 협력 등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안창국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경쟁도가 낮다는 것은 기업 수요에 맞는 금융서비스 공급이 잘 되지 않았다는 점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보고 있다"며 "가령 지역을 기반으로 누구와 함께 공동으로 공급하겠다 등은 사업계획에서 살펴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사업계획 실현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인가조건'을 부과한다. 기존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출계획은 충분히 실현되지 않았고 대안 신용평가모형도 실제 예상대로 구현되지 못했다는 평가에서다.
자금조달계획을 포함한 제출한 사업계획 이행 여부, 신용평가모형 현실 결과치 등을 감안해 은행법 상 은행업무(겸영·부수업무 혹은 본질적 업무)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인가조건에 붙이기로 했다.
안 국장은 "기존 3사 인가 때와 상황이 바뀌어 더 엄격히 사업계획의 이행을 바라는 것"이라며 "기존 3사도 신규 겸영·부수업무는 하지 않았는데, 이전에 하던 것도 제한할 수 있고 본질적 업무(여·수신, 결제 등) 역시 상황이 좋지 않으면 대출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출한 사업계획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융당국이 관련 목표치 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저신용자 공급 평가는 유지
금융당국은 제4 인터넷은행이 중점 고객군을 대상으로 어떻게 금융 서비스를 공급할지 중점 평가하면서도 인터넷은행 도입취지 등을 감안해 이전 포용성 관련 평가 항목은 유지한다.
이에 따라 서민금융지원과 중금리대출 공급 계획 등도 평가 대상이다. 현재 사업 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컨소시엄 대부분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데 기존 3사와 같이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 계획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심사에서도 사업계획 포용성 측면에서 서민금융 지원과 중금리대출 공급 계획 등을 평가할 예정"이라며 "이전 심사에서도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과 관련 목표치를 제시하지는 않았고, 이번 심사 역시 신청인이 제출한 사업계획을 토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주주와 주주구성계획, 인력과 영업시설 등에 대한 배점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이에 대해선 법령 상 요건을 당연히 충족해야 하는 사항은 배점을 부여하지 않거나 하향 조정했고, 배점이 없더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결격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금융위는 내년 1분기 중 예비인사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다. 예비인가 이후 사업자 준비 상황 등에 따라 본인가와 영업개시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일정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은행 역시 인가와 관련해선 문을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다만 심사기준 등은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와 비교해 차이점이다.
안 국장은 "신규 은행 인가 문은 열었지만 인터넷은행은 기존 3사 실적과 경쟁도 등을 평가하고 심가기준 등 조절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며 "매년 경쟁도 평가를 진행하는 만큼 이 기준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