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심사기준이 공개됐습니다. 인가를 준비하는 5개 컨소시엄은 배점표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전(2019년)과 비교해 배점이 늘거나 줄어든 항목은 무엇인지, 새로 추가된 평가 항목은 어떤 것인지 등을 확인하고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배점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빨간색 음영으로 표기된 '실현가능성'입니다. 이전에는 현실성과 적정성,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수준이었다면 네 번째 인터넷은행은 제출한 사업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지 면밀히 살피겠다는 금융당국 의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금융당국이 실현가능성을 강조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현실화 못한 신용평가모형 '후폭풍'
인터넷은행 출범 후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 등 성과가 있었다는 게 학계와 금융당국 평가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은데요.
도입 취지인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은 보여주기 수준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는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권 평가는 냉랭한데요.
단순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공급하는 것 뿐 아니라 금융 소비 관련 정보가 부족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던 이른바 '씬 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한 사람)'를 찾아내 금융 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관련기사: '씬 파일러' 못 품은 인뱅, 제4인뱅 인가 '키' 급부상(6월19일)
특히 이 부분을 지적받는 근본 원인으로는 각 사가 사업계획에 포함했던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이 현실에서 구현되지 못한 것이 큰데요. 인터넷은행 3사는 기존 은행이 사용하는 CB사(신용평가사)가 제공하는 금융정보 뿐 아니라 통신과 유통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축적·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지난 6월 인터넷은행 도입 성과를 평가한 한국금융연구원은 "인터넷은행 신용평가모형은 다른 은행들이 추진했던 대안신용평가모형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한 바 있는데요.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3사가 사업계획서에 담았던 신용평가모델을 구현하지 못하면서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되지 못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저신용자 자금공급 계획은 영업과정에서 충분히 실현되지 않아 2021년 5월부터 금융당국과 함께 취급계획을 마련해 이행중이고,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역시 충분치 않아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이행 과정에서 부실 확대 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 평가입니다.
실제 인터넷은행 3사 연체율은 은행권 평균을 웃돌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45%인데요. 카카오뱅크는 0.48%(3분기 기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0.88%와 0.9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전 분기와 비교하면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시중은행권 수준으로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새로운 평가 모델이 아닌 기존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맞추려다보니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이 높아지면서 자산 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죠.
높아진 눈높이, 채울 수 있을까
이처럼 앞선 인터넷은행 3사가 출범 후 겪었던 우여곡절을 반면교사 삼으면서 해당 평가 항목에 대한 금융당국 눈높이가 높아졌습니다. 자금조달방안 실현 가능성과 사업계획 포용성은 배점이 높아진 게 대표적인데요. ▷관련기사: 제4 인뱅 배점표 보니…'실현가능성' 핵심, 지역기업 공급도(11월28일)
현재 제4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5개 컨소시엄 가운데 금융당국 기준을 충족해 인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5개 컨소시엄 가운데 1~2곳 정도는 인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모두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죠.
금융위 관계자는 "실제 몇 곳을 인가할지는 자본력과 건전성, 혁신적인 사업계획 등을 중심으로 심사를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인가 기준에 충족 못하면 인가를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는데요.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 인가기준은 인터넷은행 도입하기 위해 만든 인가 기준으로 지금보다 문턱이 낮았다는 평가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인터넷은행이 출범 후 기존 은행과 경쟁할 만큼 단기간에 성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가 기준은 그 동안 금융이 공급되지 않았던 새로운 곳에 금융이 들어갈 수 있는 신용평가모형에 집중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인터넷은행에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신규 인가 과정에서 이 부분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주요 고객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이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신용평가능력 차별성 뿐 아니라 위기에도 버틸 수 있는 자본력과 조달능력이 과거 인가 기준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내년 상반기 중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요. 높아진 금융당국 눈높이를 맞추고 인가를 받는 사업자는 누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