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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위기 극복 선봉장?…스탭 꼬인 산업은행

  • 2025.03.11(화) 10:37

산업은행 내 첨단산업기금 50조 구성
올해도 대규모 배당…법정 자본금 제자리
부산이전 이슈에 최근 3년 230명 이탈

정부가 우리나라 첨단전략산업 위기 극복 선봉장으로 한국산업은행을 앞세웠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본점 부산이전 이슈로 홍역을 앓았던 산업은행은 재원과 인력 등 면에서 역량이 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석훈 회장 취임(2022년 6월) 후 작년까지 산업은행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핵심 인력(4·5급)을 포함해 230명 이상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첨단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이유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바람을 드러냈던 배당 유보와 법정 자본금한도 증대를 위한 법 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금융지원을 주도해야 할 산업은행 내부에서부터 기금 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첨단산업 지원, 강조해 왔지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은 산업은행에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고 반도체와 이차전지, AI(인공지능) 등 첨단전략산업에 50조원 이상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일본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우리 첨단산업이 급격히 위축된 까닭이다. ▷관련기사: 정부, '빨간불' 켜진 첨단산업에 5년 최대 50조 집중 투입(3월5일)

산업은행은 이번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 이전에도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역할을 해왔다. 무엇보다 강석훈 회장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강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추진 업무로 산업은행 자체적으로 100조원 규모의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통해 첨단전략산업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산업은행의 금융지원 역량 강화를 위해 배당 유보 등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자회사인 한국전력공사와 HMM 등의 실적 변동성으로 인해 자본 건전성이 영향을 받는 만큼 안정적인 금융지원 여력 확보를 위해선 배당 유보를 통한 자체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강 회장 생각이었다. ▷관련기사: '첨단산업 100조 공급' 강석훈 "자본확충 위해 배당유보 고민"(24년 6월11일)[인사이드 스토리]HMM 못 판 강석훈, '배당 3년 유보하면…'(24년 6월18일)

산업은행은 매년 평균적으로 5000억원 가량을 정부에 배당하고 있는데, 2023년의 경우 역대 최대인 8781억원을 배당했다. 산업은행은 작년 결산 기준 배당규모를 4300억원 수준으로 산정했으나 정부에선 기존 8000억원 가량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 법정 자본금을 50조원으로 늘리기 위한 산은법 개정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현 정부 주요 정책인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은 여야 이견으로 국회 통과가 어렵지만 앞서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자본금 한도 확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역시 탄핵 정국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이 표류한 상태다. 

부산이전 후폭풍? 핵심인력 이탈

산업은행 내부에선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운영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본점 부산이전 논란에 휩싸이면서 핵심 인력이 지속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과 강석훈 회장 취임 후 본점 부산이전 이슈가 본격화된 2022년과 2023년 산업은행 퇴사자는 각각 97명과 87명으로 직전 연도에 비해 두 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퇴사자 가운데 4급과 5급 등 입행 5~10년차 실무진 비중이 62%에 달한다. 

여기에 실질적 (본점)이전효과를 위해 핵심 부서를 부산으로 옮기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본점에서 일하던 직원 84명이 부산과 광주 등으로 근무지를 이동한 상태다. 이로 인해 본점 업무 부담이 심화됐다. ▷관련기사: 부산 조직 더 키우는 산업은행…"이러다 부울경 비중 40% 넘어"(24년 9월25일)

이 같은 상황에서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조성되면 기금 운용을 위한 신규 부서 설립과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과거 기간산업안정기금(2020년 4월) 40조원 조성 시 산업은행 내 해당 본부 신설과 직원 35명이 투입된 바 있다.

정부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산업경쟁력관계장관회의서 주요 정책 의사결정을, 기금운용심의회에서 개별 투자와 여신 승인건을 결정한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실무 운용은 산업은행이 맡아야 한다.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산업은행 내에서도 핵심 인력들이 필요한데 현 상황에선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산업은행 내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첨단전략산업기금 본부가 신설되면 기존 부서에서 핵심 인력들을 빼오거나 이제 막 입행한 직원들을 투입해야 한다"며 "기금 운용에는 업무에 능숙한 고경력자가 필요한데 기존 인력을 빼오면 현업의 불만이 커지고 신입 직원 중심이면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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