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산업은행에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한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협력하면 100조원 이상을 첨단전략산업에 집중 지원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기존의 저리대출 뿐 아니라 지분투자와 후순위 보강 등 종합적 지원을 시행할 예정이다. 관련 주요 정책은 산업경제장관회의(산경장)에서 논의하고 개별 자금지원 사항은 민간위원 중심 기금운용심의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방안을 공개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첨단전략산업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국가별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금융규제 상 여신한도와 위험가중치(RWA) 부담 등으로 충분한 투자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로 투자·대출·보증 등 종합적 지원이 가능한 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에 기금 신설…5년 최대 50조 규모
정부는 산업은행에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대상으로 지분투자와 후순위출자, 초저리대출이 가능한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기금을 신설한다. 산업은행 본 업무인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일종의 '부스터샷' 기능을 추가한다.
자금지원 대상은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산 △로봇(첨단전략산업법 11조)에 더해 △백신 △수소 △미래형이동 운송수단 △인공지능(조세특례제한법 10조) 등 첨단전략산업법에 의한 산업과 국가전략기술 보유업종 영위기업, 기금 지원취지를 고려해 시행령으로 지정한 업종 등이다.
대기업 뿐 아니라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전반을 구성하는 중견·중소기업까지 제한 없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50조원 규모의 기금은 정부보증채를 기본 재원으로 산업은행 자체 재원을 활용한 기금 출연 등으로 마련한다. 반도체 저리지원 프로그램(3년 17조원) 중 올해분(4조2500억원)은 예정대로 운영하고 남은 2년분은 기금으로 통합해 운영한다.
자금소요와 채권시장 여건을 감안해 매년 국회 정부보증 한도 내에서 순차적으로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투자기간 동안 기금채 이자와 초저리대출 비용 등을 감내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기금에 출연한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 업무에 '기금에의 출연'을 추가하고 기금 재원으로 산업은행이 출연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지분투자+후순위보강 등 종합 지원
그 동안 진행했던 초저리대출 뿐 아니라 정책금융기관이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던 지분투자와 후순위보강 등 종합지원 방식으로 다양화한다.
지분투자는 시장성 차입과 저리 대출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지분투자자로 참여해 산업생태계 강화를 지원한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지원기업과의 합작법인 등이다.
가령 대규모 공장설비를 신설하는 경우 지원기업과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 기금이 일정수준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간접투자도 만간자금 매칭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기술과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후순위보강은 전력과 용수 등 초장기 인프라사업에 기금이 후순위보강하고 산업은행 본체와 민간은행이 대규모 자금지원을 시행한다. 첨단전략산업기금과 시중은행 자금이 더해져 100조원 이상 집중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정수준 후순위보강 시 은행출자분은 대출수준의 위험가중치만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 은행과 산업은행 본체의 출자부담을 줄인다. 통상 투자의 RWA는 250~400%이지만 정부의 일정수준 기여시 100%로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의 자본비율 부담 등이 줄고 리스크 관리도 용이해져 은행들의 기업대출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뿐 아니라 다른 첨단산업에도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자금 등을 국고채 수준의 초저리로 지원하고, 첨단전략산업의 글로벌 수주 경쟁 시 수주산업 구매 상대방에게 금융지원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구매자금융도 지원한다.
정부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운용의 전문성·책임성 확보 등을 위해 기금운용심의회를 설치·운영한다. 지원대상 산업 추가와 연도별 운용 규모 등 주요 정책은 산경장을 통해 결정하고, 기금운용심의회는 주요결정사항에 대해 산경장에 보고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달 중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정부보증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기금설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법 통과 시 최소한의 준비기간을 거쳐 조속히 지원을 개시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