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노명현 김민지 기자]"그야말로 회사를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변신)시키고 있습니다. 내년에 흑자 구조를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정호 인도네시아 KB뱅크 CSO(최고전략책임자)-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셀레탄 지역에 위치한 KB뱅크 본점에서 한정호 CSO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동안의 고충과 함께 이제는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이 함께 묻어나왔다.
그동안 KB국민은행의 KB뱅크를 다루는 기사 단골 제목은 '아픈손가락'이었다. 현지에서도 부실은행 낙인을 쉽사리 지울 수 없었지만 은행명도 바꿨고 행장도 바꿨다. 성공적인 '트랜스포메이션'을 향해 가고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부실 자산을 털어냈다. 썩은 살을 도려낸 만큼 앞으론 홀세일(Whole sale, 기업금융)과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소매금융) 등으로 내실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정상여신 비중을 확대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흑자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다.
'부실' 부코핀 벗고 'KB뱅크'로
KB국민은행은 2018년 자산규모 19위 중대형 은행인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인수하며 2대 주주가 됐다. 당시 부코핀은행은 중소기업·소매금융 중심이었는데, 재무구조 악화와 부실 여신이 많은 이른바 '부실 은행'이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자 부코핀은행 재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증자와 외국계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요구했다. KB국민은행은 증자에 참여하며 최대 주주가 됐고(2020년) 이후 본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경영 정상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과도한 인력은 물론 대출 프로세스도 워낙 낙후돼 있었다.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프로세스를 정비해 자동화 하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부코핀은행 인수 시절 5000명에 달했던 인력은 현재 2800명 정도로 20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
특히 부실 원천이었던 SME(중소기업금융)는 적극적으로 부실 여신을 정리하는 동시에 우량한 기업들에게만 대출을 공급하는 것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자산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겠다는 판단에서다.
한정호 CSO는 "SME 부실 자산을 없애는데 많은 비용이 소진됐고, 이는 적자의 원인이었다"며 "SME는 중간 규모 이상의 우량한 기업들로만 타깃을 정했고, 대출 프로세스도 싹 바꿨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KB뱅크 전체 대출 자산에서 위험 요소가 있는 대출 자산인 LAR(Loan at Risk) 비율은 코로나 직후인 2021년 기준 64.38%로 절반을 넘었지만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24.07%로 줄었다.

한정호 CSO는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정상 여신을 확대하면 LAR 비율이 한 자릿수까지 내려가는 시기도 머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초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사명을 KB뱅크로 교체했다. 부코핀은행의 부실 이미지를 털고 KB뱅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정호 CSO는 "예전(부코핀은행 시절)에 뱅크런이 발생했었는데 이로 인해 고객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고, 이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부실 이미지를 극복하는 게 과제"라며 "브랜드 파워를 갖추기 위해 사명을 바꿨고 한국에서 가장 큰 금융그룹인 KB금융이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CEO 선임…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최근 인도네시아 KB뱅크는 신임 행장으로 쿠나르디 다르마 리에(Kunardy Darma Lie) 전 DBS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기업금융 부행장을 신임 행장으로 선임했다. 쿠나르디 신임 행장은 도이치은행과 씨티은행, DBS은행 등 글로벌 은행에서 금융 경력을 갖춘 기업금융 전문가다.
대기업을 공략하는 기업금융은 KB뱅크의 핵심 시장이다. 지난해 5월 기준 KB뱅크 대출 자산 가운데 기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절반을 넘는다. 이번 인사를 통해 KB뱅크가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했다.
한정호 CSO는 "기업금융 비중이 가장 크니까 성장하려면 이 시장을 침투해야 한다"며 "기업금융 전문가 행장을 선임한 것 뿐 아니라 디렉터를 함께 영입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금융 고객을 확보하면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당 기업 직원들의 급여통장 등을 통해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하는데도 유리하다. KB뱅크를 비롯한 국내 은행들은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에 비해 현지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워 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기업금융을 통해 현지 직원들 계좌를 늘리면 자금조달 부담을 낮춰 금리 경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뱅크는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력을 확보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한정호 CSO는 "기업금융은 디테일이 필요한데 심사와 인력 개발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인도네시아에는 재벌 기업들이 많아 이들을 공략해야 하는 만큼 현지 네트워크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우선적으로 뽑고 있다"고 강조했다.
놓칠 수 없는 리테일, 모기지 강화
또 다른 성장의 축인 리테일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의 장점이기도 한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을 현지화해 KB뱅크에도 접목한다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담보대출 비중이 높다. 이 중에서도 모기지론은 가장 안정적인 대출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인도네시아 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모기지론 수요도 동반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호 CSO는 "인도네시아는 GDP 대비 모기지론 비중이 4%도 되지 않아 인접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다"며 "경제 성장과 함께 모기지론 잠재력은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모기지 시장 성장을 위해 2년 전부터 '모기지 딥 체인지' 전략을 수립, 프로세스를 전면 수정했다. 모기지를 중심으로 리테일 시장 확대를 위해선 현지 고객이 중요한 만큼 이 역시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다.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400명을 내보냈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력 300명을 뽑는다는 게 KB뱅크 전략이다. 인적 구성을 바꾸는 게 체질개선의 시작인 셈이다.
한정호 CSO는 "모기지 영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외부에서 많이 채용했고 모기지에 특화된 채널도 만들었다"며 "대출 심사 프로세스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해 경쟁사보다 우위를 갖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모기지론으로 1조원을 넘기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KB뱅크는 올 상반기 현지 회계기준으로 약 31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직 국내 회계기준으로는 적자(808억원 순손실)지만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면서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한정호 CSO는 "비용을 커버할 수 있는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되려면 정상 여신을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재 부실 채권을 줄이고 정상 여신을 늘리는 턴어라운드 시점이고 이를 지나면 충분한 이익을 내는 구조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