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망자 중 24.2%가 암으로 사망했다. 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늦게 발견할수록 진행속도가 빨라지는데다 다른 부위로 전이될 수 있어서다. 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HLB그룹이 지난 2023년 암 진단 전문기업 HLB파나진(전 파나진)을 인수한 이유도 암 진단시장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HLB파나진은 유전자 검사 플랫폼인 '분자진단'으로 단순히 암 발병 여부를 진단하는 사업이 주력이었다.
지난해 HLB파나진은 바이오스퀘어란 회사를 인수하면서 단백질 검사 플랫폼인 '면역진단'으로 사업을 넓혔다. 여기에 분자진단을 통해 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동반진단 시장에도 진출했다. HLB그룹에 인수된 이후 진단사업 확장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HLB파나진이 그리는 암 진단사업의 미래는 무엇인지 장인근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분자진단서 신약 동반진단 모델로 확장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HLB파나진 본사에서 만난 장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
장 대표는 "HLB파나진이 진단사업 확대로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면서 "앞으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회사의 경쟁력으로 분자진단 소재인 펩타이드 핵산(PNA)과 바이오스퀘어의 면역진단 플랫폼 퀀텀팩(QuantumPACK)을 꼽을 수 있다.
현재 HLB파나진이 확보한 분자진단 제품은 25개, 핵산추출 기기 16개와 바이오스퀘어의 면역진단 제품 7개 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진출한 국가는 59개국에 달한다.
장 대표는 "PNA는 인공합성된 DNA 유사 물질로, 높은 안정성과 뛰어난 염기서열 구별 능력,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자체 연구를 통해 유전자 치료제 소재로서 PNA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및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에는 폐암 분자진단 제품 '파나뮤타이퍼 R EGFR'과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의 동반진단 품목를 허가받는데 성공했다. 동반진단은 약물을 투여하기 전 분자진단을 통해 환자에게 해당 약물이 효과를 보일 수 있는지 진단한 후 약물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암의 경우 수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항암제마다 각기 다른 돌연변이에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동반진단이 각광받는 추세다.
일반적인 치료방법으로 약물을 투여할 경우 환자와 맞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치료효과가 없을 수 있지만 동반진단을 할 경우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돼 부작용은 적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파나뮤타이퍼 ROS1'은 화이자의 폐암 표적치료제 '잴코리'의 동반진단 제품으로 국내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동반진단은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치료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면서 "HLB그룹의 미국 계열사인 엘레바와 함께 표적 항암제 '리라푸그라티닙'의 동반진단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다수 글로벌 기업들과도 공동개발을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수분 취약 문제 극복…다중검출 면역진단 정확도 'up'
퀀텀팩은 기존 면역진단의 낮은 정확도와 검사비용이 비싸고 시간이 오래걸리는 분자진단의 단점을 극복한 다중검출 면역진단 플랫폼이다. 퀀텀팩은 크기에 따라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등 각기 다른 색의 빛을 내는 수 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이라는 형광소재가 사용된다.
퀀텀닷은 정확한 색 구현이 가능한 TV 디스플레이에 주로 사용되는데 그동안 열이랑 수분에 취약해 바이오 분야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았다. 면역진단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처럼 검체가 콧물이나 침, 혈액, 소변 등 액체여서 변질되는 등 진단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바이오스퀘어는 유리 원료로 사용되는 실리카라는 특수 코팅으로 이를 극복했다"면서 "형광신호 강도가 높고 여러가지 질병을 한 번에 검출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HLB파나진은 패혈증, 에이즈, 뎅기 바이러스, 성선자극호르몬 검사(임신진단) 등 다수 면역진단 제품을 개발 중이다.
분자·면역·의료데이터 통합한 AI 멀티 진단 플랫폼 개발
나아가 정 대표는 글로벌 통합 진단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암 진단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활용 혁신 신약 개발 스타트업인 '아론티어'와 의료데이터 AI 모델링 협업을 진행 중이다.
아론티어의 AI 기반 분석 솔루션에 분자진단을 통한 유전체 데이터와 면역진단을 통한 단백질체 데이터, 병원의 MRI, CT 등 이미징 데이터를 통합하면 폭넓은 암 진단이 가능해진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AI 모델 통합 진단 플랫폼이 완성되면 진단 정확도와 정밀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신속한 결과 도출, 저렴한 가격, 환자 편의성 등도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 대표는 "안정적 매출이 없는 바이오벤처와 달리 우리는 안정적 매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자체 소재와 플랫폼 기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원가 경쟁력도 있다"면서 "쉽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는게 향후 진단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만큼 AI는 진단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