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증시가 반도체 업종 주도의 장세로 흘러가면서 자금조달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당초 목표했던 규모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가 약세에 주주배정 유상증자 '먹구름'
4일 업계에 따르면 HLB제약, 툴젠, 엔젠바이오, 페니트리움바이오, 퓨쳐켐 등 코스닥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공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당초 계획한 자금 조달 규모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장 주가 하락폭이 큰 곳은 툴젠이다. 툴젠은 지난달 15일 약 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예정 발행가는 9만200원이었지만, 이날 종가는 5만원까지 떨어졌다. 유증 발행가 산정 기준일인 지난달 14일 종가 12만5400원과 비교하면 주가는 약 60% 하락했다.
같은달 유증을 결정한 HLB제약과 퓨쳐켐도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HLB제약은 지난달 13일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약 25% 하락했다. 지난달 29일 약 40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정한 퓨쳐켐도 주가가 약 20% 하락했다.
앞선 4월 주주배정 유증을 결정한 엔젠바이오과 페니트리움바이오도 이후 주가가 40%가까이 급락하며 신주 예정 발행가를 밑도는 상태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일정 기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 등을 반영해 최종 발행가가 정해진다. 유증 발표에 따른 물량 부담 우려와 장세 소외로 인한 주가 약세가 발행가 하향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당초 계획한 자금 조달 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3자 배정도 불확실성 증폭…IPO '속도조절'
주주배정 유상증자뿐만 아니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추진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스닥 상장사인 A사의 경우,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최근 업종 전반의 주가 급락 여파를 피하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주가 하락으로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하향 조정(리픽싱) 등 조건 변동이 필요함에 따라 투자자와 최종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며 자금 조달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여파는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비상장 기업들에게도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 상장사들의 주가 하락으로 시장의 시선이 보수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바이오 IPO 시장이 활기를 띠며 상장을 서두르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속도 조절로 선회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증시가 다소 안정되고 바이오 업종이 반등하는 시기에 맞춰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중심의 독주 장세가 지속되는 한 바이오 업종의 소외와 자금난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심리 회복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이 보수적인 자금 운용과 함께 확실한 R&D 성과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