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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아래도..' STX에 부는 엑소더스 바람

  • 2013.05.22(수) 16:53

관료출신 영입인사 줄줄이 사임..임직원 이탈 가속

STX그룹에 '엑소더스'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글로벌 STX그룹 건설을 위해 대거 영입됐던 관료 출신 인사들의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이직 준비가 공공연한 비밀일 만큼 STX그룹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신사업 위해 영입했던 관료 출신 인사들 모두 퇴임

 

STX그룹은 지난 2009년부터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필두로 이병호 전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신철식 전 국무조정실 차장 등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해운과 조선으로 수직계열화된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해서였다. 당시 STX그룹은 정유 사업 진출을 모색했지만 좌절되자, 해외 자원 및 에너지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 관련 정책과 실무를 담당했던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이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평소 각종 행사에서 자주 마주쳤던 이희범 당시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이후 에너지 사업 강화를 위해 이 회장을 설득했고 마침내 STX그룹에 합류키로 하면서 고위 관료 출신 인사의 STX행의 물꼬가 터졌다. 이 회장은 STX합류 후 에너지부문 회장을 거쳐, 최근에는 STX중공업·건설 회장으로 근무하다가 23일 사의를 밝혔다.

 

뒤이어 영입한 인사는 이병호 전 가스공사 부사장이었다. 이병호 부사장은 1973년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 산자부에서 산업·무역 관련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조선공업협회(현 한국조선협회) 상근부회장, STX팬오션 사외이사, 한국가스공사 부사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이 부사장은 STX팬오션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부터 STX그룹과 인연을 쌓았다. 이후 조선협회 부회장 시절, 강 회장과 많은 의견을 나누며 각별하게 지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0년 ㈜STX 무역·사업부문 사장으로 영입됐다. 이후 STX에너지 사장으로 재직했지만 올해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철식 전 국무조정실 차장은 STX그룹의 미래 전략 구상을 위해 영입된 케이스다. 행시 22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예산청, 기획예산처 등을 거친 대표적인 경제 관료다. 지난 2010년 설립된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부회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이달 초 물러날 때까지 STX그룹의 각종 M&A와 사내 컨설팅 등의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이들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은 STX그룹의 좌초와 함께 모두 자리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던 이희범 회장 마저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STX그룹이 영입했던 고위 관료 출신들의 전성시대는 막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STX그룹이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던 지난 2009년, 2010년은 그룹의 체질개선을 위한 신사업에 몰두하던 시기"라며 "에너지 사업과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정부와 관련된 일들이 많아 이를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했고 당시 산자부 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STX그룹의 주요 타깃이었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이희범 회장, 신철식 부회장, 이병호 사장, 이종철 부회장.

 

◇이직 준비는 공공연한 비밀..뒤숭숭한 STX

 

이밖에도 과거 STX그룹을 재계 12위의 기업으로까지 키워냈던 소위 '역전의 용사'들도 STX를 이탈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종철 전 STX그룹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강덕수 회장의 오른팔로, 강 회장이 범양상선을 인수할 당시부터 그와 함께 일해온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이후 STX팬오션을 국내 굴지의 해운사로 육성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는 등 STX그룹 건설에 큰 활약을 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그룹이 위기에 빠지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인 ㈜STX를 비롯한 각 계열사에서도 임원부터 중간급 관리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일부 부서에서는 회사에 출근해 이직 준비를 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부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많은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물러나서 회사가 뒤숭숭한 상황"이라며 "현재 직원들도 말은 안하지만 다들 다른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가 한순간에 무너져 어찌해야 할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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