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의 부상에 따른 한국 산업의 명암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원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많은 반면, 늘어나는 가스발전을 겨냥한 해외 플랜트에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조선업에도 실보다 득이 많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석유화학 "경쟁력 약화 대비해야"
석유화학의 경우 당장 큰 변화에 직면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그리고 중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확산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석유화학 제품들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통 석유화학제품은 에틸렌을 기초로 하고 있다. 에틸렌은 셰일가스 등 천연가스에서 생산되는 에탄을 이용(에탄 크래커)하거나 석유에서 생산되는 납사를 이용(납사 크래커)해서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납사를 이용한 공정이 월등히 많았고, 천연가스에 비해 비용도 낮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셰일가스 생산으로 에탄을 이용한 공정이 늘어나고 원가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석유화학산업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석유기반(납사 크래커)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에틸렌 계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납사를 대체할 수 있는 액화석유가스(LPG) 등 저가원료를 활용한 생산설비 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프로판과 부탄 등 LPG를 이용한 에틸렌 제조원가는 톤당 800~850달러 수준으로 납사 기반 1000~1100달러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셰일가스의 수입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설비를 에탄 크래커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셰일가스가 생산되는 곳에 신규 투자를 하거나 기존 설비를 인수하는 등 현지 생산거점을 만드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 셰일가스전 개발과 석유화학 설비를 패키지 사업으로 만들어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스전 개발은 한국가스공사, 에탄 크래커 및 화학제품 생산은 호남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은 국내 엔지니어링기업, 금융지원은 수출입은행이 맡았던 우즈벡 수르길 프로젝트와 같은 형태의 진출도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해외 가스발전 플랜트·조선산업 '기회'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글로벌 가스가격이 안정될 경우 가스발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존 석탄발전을 대체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이후 신재생에너지 투자확대를 촉진했지만 셰일가스 붐이 일어난 이후에는 가스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했다.
국내의 경우 당분간 석탄위주의 발전형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해외시장에서 가스발전이 확대되는 만큼 가스복합화력발전 플랜트 수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경우 진출 가능성이 높고 중남미 지역은 성장성이 높은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출입은행은 "단순시공보다 엔지니어링에서 구매, 금융까지 조합한 투자개발형 모델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액화가스 수송수요 증가로 LNG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국내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FSRU(Floating Storage and Regasification Unit.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설비), 그린쉽 등에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자료:수출입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