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셰일혁명이 국내 정유사들의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자국 내 산유량이 늘면서 석유제품의 수입량을 줄이고 있는 탓이다. 반면 셰일자원의 수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LNG선 수주량이 늘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에는 실적 반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중심이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혁명 때문이다. 셰일층은 진흙이 퇴적돼 굳은 암석층이며 여기에 들어있는 천연가스가 셰일가스다. 과거에는 추출이 어려웠지만 수평시추기술과 수압파쇄공법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 셰일가스 개발이 한창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산유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미국의 국내 일일 원유 생산량은 883만7000배럴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7% 가량 늘어난 수치다. 미국의 원유 수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같은 날 기준으로 미국의 하루 원유 수출량은 42만 배럴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86.7% 증가했다.
▲ 미국 원유생산량 추이(자료: 미국에너지관리청) |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셰일자원인 셰일가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부터 연간 270만톤 규모의 셰일가스를 20년 동안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기존 수입처인 동남아 지역보다 미국의 셰일가스 가격이 MMBTU(Million Mertic British Thermal Unit, 국제LNG 열량 단위) 당 3~4달러 가량 싸다”며 “수입처 다각화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어 미국산 셰일가스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정유사, 이제 어디로 수출하나
미국의 산유량과 수출량 증가는 국내 정유사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정제마진 악화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주요 수출국인 미국이 수입량을 줄일 가능성이 큰 탓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 물량 중 90% 이상은 미국이 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8월까지 국내 석유제품 누적 수출량 1763만 배럴 가운데 93.17%인 1597만 배럴을 미국에 팔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21억5580만 달러 중 90.37%인 19억4813만 달러를 미국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 자료: 한국석유공사 |
하지만 셰일혁명으로 산유량이 늘어난 미국이 자체적으로 석유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수입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 지난 10일 기준 미국의 석유제품 수입량은 137만3000배럴로 전년 동기대비 74만5000배럴 감소했다.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 동안 국내 석유제품 수출량의 대부분을 사들였던 미국이 앞으로는 수입량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제마진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는 정유사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조선사, 셰일가스 운반할 LNG선 잇달아 수주
미국은 내년부터 셰일가스 수출을 본격화한다. 미국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는 사빈패스(Sabin Pass)와 카메론(Cameron), 프리포트(Freeport), 코브 포인트(Cove Point)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를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LNG(액화천연가스)는 연간 6000만 톤 규모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셰일가스를 운반할 LNG선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고 있어서다. 지난 13일엔 삼성중공업이 아시아지역 선주로부터 LNG선 3척을 6640억원에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글로벌 LNG선 시장에서 수주 실적 1위다. 이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조선사들도 LNG선을 건조할 수 있지만 자국 내 선주로부터의 수주 정도만 소화하는 수준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4개 프로젝트가 승인됨에 따라 총 90여척의 LNG선 발주가 예상된다”며 “현재 수주가 완료된 선박이 30여척에 불과해 남은 60여척은 물론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