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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계家]<15>고려디자인 ②오너로 변신한 며느리

  • 2013.09.16(월) 10:27

이행자씨, 2000년 설립…지분 100% 절대주주
현대重그룹 기반 삼아 2005년 이후 폭풍 성장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위치한 케이디씨빌딩. 지상 5층, 지하 2층의 현대식 건물로 가구업체 고려디자인이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이다. 건물 소유주가 현대가의 며느리 이행자(68) 고려디자인 고문이다. 고려디자인에는 녹록하지 않았던 그의 삶이 녹아있다.

숙명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이 고문은 정몽우(1945~1990)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과 결혼했을 때만 해도 다른 현대가 며느리들과 다름없는 전업주부였다. 하지만 1990년 남편과 사별하고 몇 해 뒤인 1994년 현대종합목재(현 리바트) 가구개발 총괄임원(상무)을 맡아 본격적으로 여성경영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2월에는 직접 가구업체 고려디자인을 차렸다. 일가 몫으로 남겨진 고려산업개발이 유동성 위기로 적잖이 곤란을 겪고 있었을 때다.


현재 고려디자인 지분 100%를 소유한 절대주주가 이 고문이다. 가구업체 오너로 변신한 그의 발걸음은 현대가의 적통으로 남편인 고 정몽헌(1948~2003) 회장의 ‘업(業)’을 잇고 있는 현정은(58) 현대그룹 회장이나 한 때 현대백화점그룹의 ‘숨은 실세’로 통했던 우경숙(62) 현대백화점 고문과는 다른 데가 많다.

◇30억원 안팎 고른 영업이익

고려디자인은 2000년 2월 서경디자인으로 출발해 같은 해 7월 현재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단 총자산 112억원(2012년말 현재) 규모의 선박·주방·사무용가구업체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본태(本態)박물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박물관의 설립자가 이 고문으로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본래의 형태’라는 의미의 본태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고, 한국 전통 수공예품과 현대 예술작품을 전시해놓고 있다. 부대시설로는 뮤직홀, 야외조각공원, 카페, 뮤지엄샵 등이 있다. 관장은 둘째 며느리인 김선희 씨가 맡고 있다. 김&장 법률사무소 김영무 대표변호사의 딸이다.
  
고려디자인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있다. 이 고문은 2008년 한 때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적이 있지만 대표이사 공백기에 잠깐 맡았을 뿐이다. 현 대표이사는 김두제(57) 사장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현대종합상사를 시작으로 현대투자신탁증권에서 근무한 현대맨이다. 이후 경동 전무를 거쳐 2008년 4월 이 고문의 뒤를 이어 대표로 취임해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현대重그룹 매출 67% 차지


고려디자인은 알토란 같은 회사다. 여기에는 반전(反轉)이 숨어있다. 고려디자인은 현재 독일 명품주방가구 불탑, 일본 히노끼 욕조, 오스트리아 사무용가구 배네의 국내 에이전트다. 또한 2003년 3월 아파트특판사업, 2005년 5월 선박목의장·가구, 2009년 9월 사무용가구로 외연을 넓혀왔다.


고려디자인은 선박가구 시장에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매출이나 수익이 변변치 않았다. 2004년 매출은 73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이익은 11억원 적자를 냈다. 하지만 선박가구 시장에 진출한 이후로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2005년 매출은 134억원으로 갑절 늘었고, 영업이익도 흑자(2억원)로 돌아섰다. 고려디자인은 이후로 순풍에 돛단듯 순항하고 있다. 2007년 매출 285억원을 기록하며 2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 3년간 360억~380억원 고른 매출을 내고 있다. 특히 8% 안팎의 영업이익률로 3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고려디자인의 선박가구 주납품처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다. 특히 지난해 3개사의 매출 비중은 67%에 달했다. 고려디자인이 제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던 데는 혈연으로 얽힌 세계 1위의 조선사 현대중공업그룹이 음으로 양으로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고문이 키워낸 고려디자인은 아들 3형제들에게 물려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산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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