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8위 한진그룹 계열사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목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은 ▲온라인 면세점 싸이버스카이 ▲IT서비스업체 유니컨버스 ▲부동산관리 및 임대업체 정석기업 ▲항만물류 소프트웨어기업 싸이버로지텍 등 4곳이다.
이들 계열사들의 그룹 내부거래 금액은 가장 많은 싸이버로지텍이 480억원(내부거래 비중 83.5%)일 정도로 규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정석기업의 경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이자 3세 후계 구도와 연결돼 있어 주목받아 왔다.
◇ '정석기업→㈜한진→한진칼'
정석기업은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 본관과 소공동 신관, 인천과 부산에 있는 정석빌딩과 대전 정석프라자 등을 보유하고 임대 및 관리하는 회사다.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을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회사 이름도 조중훈 선대 회장의 호인 '정석'에서 따왔다.
정석기업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어 향후 3세 승계에서 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조 회장이 지분 27.21%를 보유하고 있는 등 오너 일가(一家)가 41.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조 회장 누나 조현숙 씨와 자형인 이태희 대한항공 법률고문이 각각 0.56%, 8.06%의 지분을, 모친인 김정일 씨가 1.45% 지분을 갖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상무 |
한진그룹은 최근까지도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로 그룹을 지배해 왔다. 지난 8월 그룹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출범했시켰지만 여전히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의 순환출자 고리는 유지되고 있다.
아직까지 조 회장의 자녀 3남매는 정석기업의 지분이 미미하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조에밀리리(조현민) 상무가 각각 1.28%를 고르게 나눠갖고 있다. 아직 승계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지배구조로 볼때 정석기업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매출 크지 않지만 '자산 3449억원'
정석기업의 매출은 2001년 262억원에서 작년 383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이 회사는 작년 영업이익도 14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6.5%에 이른다. 매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바탕으로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그야말로 '알짜' 회사다.
정석기업은 ㈜한진의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빌딩 등 보유 부동산이 많아 자산규모가 3449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덩치를 키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회사의 한진그룹 내부거래 규모는 작년 60억원 남짓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비중은 15.7% 수준이다.
▲ 정석기업 연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자료: 금융감독원) |
한진그룹에서는 이 외에도 조 회장의 자녀 3남매가 똑같이 33.3%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온라인 면세점인 싸이버스카이가 일감 규제 대상이 됐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의 83.4%인 39억원이 내부거래로 이뤄졌다.
또 IT서비스 업체인 유니컨버스도 최대주주인 조원태 부사장 35.04% 등 3남매가 8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총수일가 지분 90.01%) 작년 전체 매출의 63.5%인 160억원을 내부 거래로 채웠다.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는 지난 8월 한진칼 출범 전후로 각각 한진칼(0.15%) 및 대한항공(0.05%) 주식을 매입해 이를 통한 3세 승계도 시동이 걸렸다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 한진그룹 내부거래 규제 대상(자료: 공정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