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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자구안, 추진의지가 중요하다

  • 2013.12.22(일) 16:13

금융업 철수·반얀트리 매각 등 고강도 자구안
잃어버린 시장 신뢰 회복 노려...평가는 엇갈려

현대그룹이 고강도 자구안을 내놨다. 금융업 철수 등으로 총 3조3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에 대해 자구안 마련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해 왔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업 철수 선언은 물론 반얀트리 매각, 자산·사업부문 매각, 기업공개, 유상 증자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 예정됐던 '현대증권 매각'


사실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현대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순환출자고리에 묶인 여타 계열사들도 함께 몰락하는 구조였다.

현대그룹은 시장에 자금 수혈을 위한 SOS를 쳤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현대상선이 해운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해운업황 회복만이 현대상선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해운업황 반등이 요원하다. 시장이 현대그룹의 SOS에 등을 돌린 이유다.

 

현대그룹은 당초 1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더 강력한 자구안을 요구했다. 애초 채권단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 매각을 원했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현대상선 매각은 곧 그룹 해체를 의미하는 만큼 대안을 모색했다. 그 대안이 현대증권이었다. 비록 증권업황이 좋지는 않지만 오랜 업력과 리테일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나름의 입지가 확실하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현대그룹은 이를 부인해왔다. 그만큼 현대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매각건에 대해 고민이 컸음을 알 수 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건을 두고 그룹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많았다"며 "하지만 시장의 요구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고민한 결과,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 '고강도' 자구안, 진정성 보여줘

여기까지가 시장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자구안을 내놨다. 금융업에서 아예 철수키로 한 것이다.
 
현대그룹은 왜 현대증권만이 아니라 금융업 철수를 선언했을까.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의 금융업 철수는 다목적 카드라고 풀이한다.
 
우선 현대증권을 제외한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등은 그다지 큰 성과를 내지못하던 비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매각 부담이 크지 않다. 그러나 시장에서 요구하는 '고강도' 자구안이라는 요건에는 부합한다. 또 향후 매각 과정에서 패키지딜이 가능해져 매각이 용이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시장의 예상과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자구안을 내놓은 것은 일단 성공적"이라며 "무엇보다도 현대그룹이 시장에 대해 '우리를 도와달라'는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금융업 철수 뿐만 아니라 각종 알짜 자산들도 매각키로 했다. 그룹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를 채권단과 시장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 "신뢰 얻기 충분" VS. "더 지켜봐야"
 
대표적인 것으로는 반얀트리 호텔 매각이다. 인수한 지 1년 밖에 안된 알짜 자산이지만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현대증권과 함께 매각 대상 1순위로 꼽혔던 자산이다.

이밖에도 국내외 부동산은 물론 각종 유가증권과 선박까지 매물로 내놨다. 아울러 유상증자와 기업공개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현대그룹으로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모든 카드를 내놓은 셈이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현대그룹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고 판단해왔다. 실제로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처음 현대그룹의 자구안을 받아보고 기가 막혔다"며 "한순간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놀랍다'는 의견과 '지켜보자'는 의견으로 갈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그룹이 이 정도의 자구안을 내놨다는 것은 그룹의 모든 역량을 동원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일단은 놀랍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현대그룹의 상황이 현재 너무 안좋기 때문에 이 계획을 실천할 역량이 있는지, 또 진짜로 의지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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