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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평판]②삼성전자 '좀비월드' 같다

  • 2014.04.16(수) 15:54

친구에게 추천하겠다 '52%'

 
삼성전자는 올해로 6년째 대학생·구직자들 사이에서 '취업하고 싶어하는 기업' 1위로 꼽혔다. 입사 경쟁도 치열하다. 입사 시험은 '삼성고시'라 불린다.
 
그런데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들의 눈에 비친 삼성전자는 '그럭저럭 다닐만한' 회사일 뿐이다. 높은 급여에 대해서는 만족했지만, 지나치게 긴 업무시간과 경직된 기업 문화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미국 취업사이트 글래스도어에 지난 4월10일까지 올라온 삼성전자의 리뷰 695개의 평점은 3.1(5.0점 만점)이다. 30만 개 기업 평균 평점인 3.2보다 낮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 항목(2.6) 점수는 바닥이었다. '삼성전자를 친구에게 추천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절반(52%) 밖에 되지 않았다.

 

◇ 굉장히 역동적이다

 

연봉과 복지시설 등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한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연봉이 적지만 화웨이(Huawai), 아수스(ASUS), 수퍼마이크로(Supermicro) 등 다른 아시아 기업에 비하면 꽤 높은 수준”이라고 평했다. 숙박비, 식사비, 교통비를 모두 지원해 주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도 직원들의 자랑거리다. “괴물 같은 회사다.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거나 “환상적인 회사”라는 평가들이 많다. 프랑스 법인에서 일했다는 한 인턴 직원은 “굉장히 역동적인 조직이다. 일 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다. 책상 앞에서 나태하게 보낼 시간이 없다”고 호평했다.

 

◇ 회사가 아니라 군대다

 

외국인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한 것은 지나치게 긴 업무시간이다. “하루 9시간 근무를 철칙으로 지키며, 매일 12~15시간 일한다. 야근을 안 할 수 없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없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

 

위계질서가 지나치게 강한 것도 스트레스로 꼽았다. 의사결정은 간부가 하고, 직원들은 그저 따르는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한 직원은 "회사라기보다는 군대 같다. 부사장이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내린다. 상무조차도 결정권이 거의 없다. 중간 관리자들은 그저 명령을 집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중남미총괄 법인의 전 부사장은 “현지 직원에 대해 존중이나 배려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도 컸다. 수원 사업장의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직원들이 영어로 말 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품고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말로 업무를 전달하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삼성은 이직할 때 이력서에 쓰기 좋은 회사다. 되도록 빨리 옮기는 게 좋다”는 평가도 있었다.

 

◇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따끔한 충고도 이어졌다. 화성 사업장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일하는 한 직원은 “‘좀비 세상(zombie world)’이다. 직원들이 아무 생각 없이 회사를 떠돈다" 고 말했다. 창의적인 의견을 내기 힘든 분위기에서 오랜 시간 일만 한다는 것이다. 또 “시간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능력급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제기됐다. “단순히 연차만으로 승진을 시켜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의 능력, 학력, 재능으로 급여와 승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삼성전자에서 부사장으로 일했다고 밝힌 한 직원은 “지난날의 성공만 되새김질 하는 것은 경영상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삼성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기업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글래스도어에 오른 직원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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