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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이 던진 3가지 키워드

  • 2014.09.11(목) 17:24

브라질 제외한 모든 해외공장 현장 점검
'마케팅·품질·현지화' 공통적으로 강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해외시장 점검이 끝났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유럽에서 시작해 중국, 미국, 인도·터키까지 대장정을 마쳤다. 정 회장이 이처럼 단기간에 해외 공장 대부분을 직접 점검한 것은 드문 일이다.
 
정 회장은 이번 해외 공장 점검에서 일관된 주문을 했다. 핵심은 마케팅 강화와 경쟁력 제고, 품질 확보다. 정 회장이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그의 주문에 담긴 의미는 크다.
 
◇ 해외 시장 점검에 나선 까닭
 
정 회장은 지난 3월 유럽으로 떠났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공장은 물론 판매 법인까지 꼼꼼히 살폈다. 3일간 4개국을 도는 강행군이었다. 유럽에서 돌아온 지 2주일만에 이번에는 중국으로 향했다. 새롭게 문을 여는 상용차 공장을 돌아봤다.
 
8월에는 미국 공장을 둘러봤다. 미국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추석연휴에는 인도와 터키 공장으로 향했다. 6개월 동안 브라질 공장을 제외한 모든 해외 공장을 직접 돌아본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쉴새없는 해외 현장 경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잇단 해외 현장 방문을 계기로 현대·기아차의 방점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찍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단위:천대)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 상반기 해외 생산·판매 비중은 각각 61%와 43.4%다. 현대차는 10대중 6대가, 기아차는 10대중 4대가 해외 공장에서 생산돼 판매된다는 의미다. 해외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판매는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일부 시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판매 신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현대차의 판매량은 미국 시장에서 전년대비 0.9%, 유럽시장에서는 0.2% 성장에 그쳤다. 인도에서는 전년대비 10.8% 감소했다. 미국의 산업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유럽도 점점 회복기에 접어든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따라서 정 회장의 잇단 해외 현장 점검은 분위기 환기와 더불어 판매 신장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는 만큼 이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

"시장에서 선전한 차종들의 경쟁력을 재점검하고 신규 차종은 현지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3월 독일 현대·기아차 유럽판매 법인 방문시)
 
"미국시장에 출시될 카니발, 신형 쏘렌토 등 신차들에 대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라." (8월 기아차 조지아공장 방문시)
 
정 회장은 올해 유럽과 미국 방문에서 유독 '마케팅'을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은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이다. 다양한 글로벌 메이커들이 각축을 벌이는 '전장(戰場)'이다. 현대·기아차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 지난 8월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당시 정 회장은 신차들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현대·기아차는 오랜 기간동안 해외 시장에서 '깡통차'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이를 타파하는 데만 20여 년이 걸렸다. 미국 슈퍼볼 광고는 물론 월드컵과 메이저급 국제 스포츠 행사에 스폰서로 참여했던 것도 '깡통차'굴레를 벗기 위해서였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유럽에 잇따라 신차를 선보인다. 해외 시장 중 유독 부진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확대를 모색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차별화되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올 뉴 카니발과 올 뉴 쏘렌토, i20 등을 통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 가능성을 타진할 생각"이라며 "최고위 경영층도 이들 시장에 대한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을 주문한 상태"라고 밝혔다.

◇ 품질과 현지화 통한 경쟁력 확보

정 회장은 이번 해외 점검에서도 '품질'을 강조했다. '품질'은 캐나다 부르몽 공장 철수라는 비싼 수업료를 치른 후부터 정 회장에게는 신조가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현대차 체코 공장 방문시 그는 "생산 각 공정에서 품질에 만전을 기하고 시장 수요에 탄력적 대응체계를 갖추라"고 말했다. 터키 공장에서도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신차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해외 공장 방문 때마다 품질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해외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현대·기아차는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다. 글로벌 톱3 업체들과의 진검승부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현대차 터키공장을 방문,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주문했다. 정 회장의 현지화 주문의 이면에는 경쟁력 제고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여기에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경쟁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그런만큼 품질이 전제되지 않으면 현대·기아차를 지탱하고 있는 해외에서 무너진다. 정 회장의 '품질' 확보 주문은 '해외 시장에서 무너지면 끝'이라는 절박함이 베어있다.
 
그는 또 철저한 현지화를 바탕으로 한 '경쟁력 제고'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최고의 경쟁력은 철저한 현지화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메이커들의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현지화'가 필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에서 현지 전략형 모델을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철저한 현지화는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이는 곧 시장 확대로 연결된다. 선순환 고리다. 정 회장의 경쟁력 주문에는 궁극적으로 시장 확대라는 복선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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