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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밑 빠진 플랜텍에 물 붓기

  • 2014.12.23(화) 14:46

포스코·건설, 플랜텍에 2900억 유증..4번째 수혈
포스코플랜텍, 실적 부진에 전망도 불투명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유상증자가 결정됐다. 벌써 네번째다.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부실 계열사다. 지금까지 총 세차례의 수혈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반발이 많다. 차라리 청산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포스코는 또 한 번의 수혈을 결정했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포스코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이번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여기에는 포스코의 고민이 묻어있다.

◇ 성진지오텍 먹고 체한 포스코

포스코는 포스코건설과 함께 포스코플랜텍에 총 29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유상증자 방식으로 포스코가 2386억원, 포스코건설이 514억원을 투입한다.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34.52%), 포스코건설(7.43%)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이 41.95% 지분을 갖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1982년 철강 생산공장의 설비를 정비하는 제철정비 업체로 시작했다. 든든한 매출처인 포스코를 바탕으로 알짜회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2010년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후 이를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정준양 회장 체제 하의 포스코는 외연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던 상황이었다.
 
포스코는 해양플랜트 제작 업체인 성진지오텍 인수에 1600억원을 썼다. 당시 성진지오텍의 부채비율은 1613%에 달할만큼 부실했다.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지나치게 비싼 값을 줬다는 비판이 많았다.

포스코는 작년 성진지오텍의 회생을 위해 우량기업이었던 포스코플랜텍과 성지지오텍을 합병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의도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포스코플랜텍의 합병 원년인 작년 63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올해는 지난 3분기까지 이미 6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700%가 넘는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저유가에 조선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해양플랜트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다. 조선·해양플랜트에 대한 발주가 줄어들면서 포스코플랜텍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포스코플랜텍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 "이미 2000억 부었는데…"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포스코의 자금 지원은 이번이 네번째다. 지난 2010년 이후 포스코는 총 세차례에 걸쳐 2000억원의 자금을 포스코플랜텍에 투입했다. 포스코그룹 내부에서 이번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총 2000억원의 자금을 포스코플랜텍에 투입했다. 이번 유상증자 결정으로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에 총 네번에 걸쳐 49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포스코플랜텍은 조선업황 부진의 여파로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2000억원이라는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포스코플랜텍의 실적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실제로 지난 12일 열린 포스코 이사회에서는 이 문제로 갑론을박이 있었다. 당시 이사회에는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건이 안건으로 상정돼 있었다. 지금까지의 포스코 이사회 분위기라면 통과가 유력했다. 하지만 의외로 사외 이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이날 이사회에서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 안건은 보류됐다. 결국 포스코는 자금난이 심각한 포스코플랜텍 지원을 위해 임시 이사회를 열어 안건을 의결했다. 대신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이사회의 반발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라며 "전망도 불투명한 데다 실적마저 바닥인 계열사에 수천억원을 투입하겠다는데 반발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계륵' 포스코플랜텍

포스코는 당초 포스코플랜텍 매각을 검토했었다. 권오준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포스코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포스코플랜텍은 매각 1순위였다.

당시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은 기업공개(IPO)를, 포스코플랜텍은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사업을 검토하던 포스코는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포스코플랜텍이 매물로서의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시키기로 결정했다. 대신 포스코특수강은 매각으로 선회했다. 포스코는 최근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취임일성이었던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라는 원칙을 스스로 깬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철강업체인 포스코특수강은 매각하고 비철강업체인데다, 부실한 포스코플랜텍을 남겨두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조선·해양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50%를 넘는 곳에는 부품 등을 발주를 하지 않는다. 위험부담이 커서다. 포스코플랜텍의 부채비율은 700%가 넘는다. 현재도 어렵지만 향후 수주기회도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에게 포스코플랜텍은 계륵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 내놔도 사 갈 곳이 없다. 결국 떠안고 가야하는데 자금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니 돈을 계속 넣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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