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그룹내 대표적인 부실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작년까지 총 4차례에 걸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지 않자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려는 전략이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플랜텍은 포항 본사와 울산 사업장 등 전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오는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희망퇴직을 통해 3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퇴직금과 위로금으로 18개월치 임금을 지급한다.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은 이미 예고됐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투자자포럼에서 "포스코플랜텍의 해양관련 업무는 핵심인력만 남기고 대부분 철수할 생각"이라며 "포항의 철강 기자재 사업 위주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1982년 철강 생산공장의 설비를 정비하는 '제철정비'로 시작했다. 든든한 매출처인 포스코를 바탕으로 알짜회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2010년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후 이를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포스코가 인수할 당시 성진지오텍은 부채비율이 1613%에 달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해양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으로 총 1600억원을 투입해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조선 업황이 꺾이면서 성진지오텍은 손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결국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의 회생을 위해 지난 2013년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을 합병했다. 포스코플랜텍이 성진지오텍의 부실을 그대로 떠안은 셈이 됐다. 성진지오텍과의 합병 이후 포스코플랜텍의 실적은 급속하게 악화됐다. 합병 원년 포스코플랜텍은 63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포스코는 부실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섰다. 지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총 490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조선 업황 침체가 계속되면서 해양부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플랜텍의 장점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의 매각을 검토했다. 더 이상 끌고 가기에는 부실 규모가 너무 컸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포스코플랜텍은 매물로서의 가치가 없었다. 계속되는 적자에 부채비율이 700%에 달하는 기업에게 관심을 가질 곳은 없었다. 조선 업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결국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의 울산 해양부문을 정리하고 원래 업무였던 제철소 설비정비 부문만 남겨두기로 했다. 이번 구조조정도 이런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 포스코 입장에서는 썩은 살을 도려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