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소비자와의 소통에 팔을 걷어 붙였다. 최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 고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27일 서울 양재동 더 케이 호텔에서 김충호 사장이 직접 고객 80명과 만나는 '마음 드림' 행사를 열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 경영자가 고객들과 직접 만나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홈페이지에서 이번 행사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 행사에는 총 1530명의 고객들이 지원했다. 등록된 사전 질문 건수도 3000여개에 달했을 정도로 관심이 컸다. 현대차는 고객들의 이 같은 관심을 바탕으로 현대차의 현안과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7개 카테고리로 묶어 김충호 사장이 직접 설명하는 형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차가 이처럼 적극적인 고객 소통 행사를 연 것은 최근 현대차의 판매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현대차는 현재 내수 시장에서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판매 부진의 원인 찾기에 나섰다. 그 결과 현대차에 대한 고객들의 좋지 않은 인식이 문제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최고 경영진들이 직접 고객들을 만나 현대차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리를 마련키로 했다. 현대차는 향후 김충호 사장을 시작으로 권문식 연구개발 본부장,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 곽 진 국내영업본부장 등이 블로거, 네티즌, 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고객들과 직접 만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 "벤츠 타봤는데..분발해야겠다"
이날 행사에서 김충호 사장은 "'물(고객)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며 "고객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에 현대차에 대한 안티 정서가 많다는 것을 안다"면서 "대표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에 대한 불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품질 관련해서 시시각각 동향을 보고 받고 있으며 연구개발에 반영해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직접 고객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그에 대한 현대차의 생각을 직접 설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고객들의 불만 제기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따라서 이번을 계기로 현대차의 고객 대응 방식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이날 고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갖고 있는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그 중에는 현대차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그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자동차업계에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옆이나 뒤를 보지 않고 질주했다”며 “현대차는 고객에 대한 인식에 부족한 부분이 많아 인식 변화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현대차의 내수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수입차에 대해 "수입차와의 경쟁에 임직원들이 잠을 못 잘 정도로 고민을 많이 한다”면서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S500을 타봤는데 우리가 많이 분발해야겠다고 느꼈다”고도 했다.
김 사장은 수입차의 인기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우리 차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상품을 보완하고 현재 1400여 개인 정비망도 강화함과 동시에 브랜드 체험 기회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접점이 수입차보다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일산에 내년 하반기 브랜드 체험시설을 마련할 예정이며 타지역으로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아반떼에도 어드밴드스 에어백 달겠다"
이날 행사에서는 현대차의 향후 신차 계획 등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과 고성능 브랜드인 'N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궁금증이 줄을 이었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 마케팅 실장은 "친환경 전용차 AE를 경쟁 모델과 테스트해봤더니 상당히 우수했다"며 "내년 1월에 출시 예정이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전기차 등 3개 모델이 순차적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N브랜드 차량 출시에 대해서는 "오는 2017년에 양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준중형과 중형차를 먼저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우선 가솔린부터 출시하고 디젤차는 순차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준대형 모델인 제네시스에 대한 언급도 했다. 김 사장은 "디젤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 그랜저까지 디젤 모델을 갖췄고 제네시스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현대차의 신차 개발 계획의 일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삼성동 부지 ▲에어백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김 사장은 "과거 경부고속도로를 만들 때 반대가 많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 위상에 맞는 건물을 짓고 거기에 브랜드 체험, 계열사 등을 모두 집중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고객도 같이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잘지어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출 차량의 에어백이 내수 차량보다 더 좋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커뮤니케이션실장은 "소비자 만족을 위해 내수용 제네시스에 이어 쏘나타와 아반떼 등에도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적용했다”며 “앞으로 전 차종에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올해 내수 판매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현대차는 올해 초 내수 판매 목표를 69만대로 잡았다. 지난 3분기까지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은 49만7867대다. 그는 "현대차 내수판매가 살아나고 있다"며 "싼타페도 잘 팔리고 신형 아반떼까지 추가돼 올해 목표는 초과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