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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적폐(積弊) 단절, 지금이 기회다

  • 2016.11.22(화) 12:48

대한민국이 '최순실 게이트'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도 믿기 어려운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됐나' 하는 주변의 개탄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 혼란의 중심은 정치권이지만 내로라하는 기업들 역시 이슈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주요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다음달부터 시작될 특검에서도 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름이 거론된 주요 그룹들을 보는 세간의 시선도 곱지않다. 정경유착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가득차 있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이들은 이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다 알면서 왜 물어보냐"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무엇을 다 안다는 뜻인가. 이번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같은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정권이 아닌 역대 모든 정부에서 기업들은 자의든 타의든 '성의 표시'를 해왔다. 당장 특정한 이권보다 정부, 특히 대통령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한 일종의 보험 성격이 강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곧 기업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청구서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일수록 이른바 준조세에 대한 부담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준조세만 없어도.."라고 말끝을 흐리는 대기업 한 임원의 말을 단순한 푸념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정부는 우리나라 준조세 규모가 약 20조원이라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지만 실제 규모는 이를 추월할 것이라는데 많은 기업들이 동의한다. 전경련은 5년전 기업들이 부담하는 준조세가 법인세의 1.5배에 달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검찰 수사나 특검 등이 진행되면 사실관계나 위법여부 등이 나타나겠지만 기업들도 이번 사건을 통해 적지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룹 총수가 검찰에 불려가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당장 연말 인사나 내년 경영계획 수립 등에 역량을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재계의 신경이 온통 검찰이 위치한 서초동에 쏠려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산업판도가 급변하고 있는 시기에 이보다 비효율적인 일은 없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구조가 이어진다면 '제 2의' 최순실 게이트는 또 다시 나타날 것이란 점이다. 권력을 등에 업은 이들에게 기업들은 '눈 먼 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들도 자성해야 한다. 짧은 시간안에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기여는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경유착을 통한 정부의 전폭적이거나 암묵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불안정한 지배구조, 경제력 집중에 따른 폐해 등의 문제는 권력에 보험을 들어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유례없는 혼란을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는 어쩌면 기업들에게 다시 오기 힘든 기회일 수 있다. 조사 받아야 할 부분은 받고, 위법한 부분이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당장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피하거나 숨기기만 해서는 변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어느때보다 어렵다. 미국의 대선 결과가 예고하듯이 앞으로는 더욱 암담하다.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할 때 정치변수에 흔들리는 기업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적폐(積弊). 오래된 폐단. 이번 기회에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는 나아갈 수 없다. 값비싼 수업료는 이미 낼 만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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