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다만 최근 권오현(65) 부회장 퇴진 발표 이후 제기됐던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단행하지 않고 현행대로 3개 사업부문별 최고경영자(CEO) 체제가 유지된다.
삼성전자는 31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및 부품)부문장에 김기남(59) 사장, CE(소비자 가전)부문장에 김현석(56) VD(영상 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IM(IT·모바일) 부문장에 고동진(56) 무선사업부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부재(不在)이후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던 ‘2인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이 지난 13일 경영일선 퇴진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권 부회장과 사업부문별 전문경영인 ‘3각 체제’를 구축해 온 윤부근(64) CE 부문장과 신종균(61) IM 부문장도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 이사와 대표이사도 임기를 1년 단축해 내년 3월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다.
현행대로 3인의 CEO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3대 사업무문 수장을 모두 60대에서 50대로 교체하는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신임 부문장들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멤버로도 합류할 계획이다.
김기남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삼성 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 사업부장, 시스템 LSI 사업부장,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DS부문 반도체 총괄 사장을 두루 역임한 반도체 분야 최고 권위자다.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fellow)이기도 하다.
김현석 사장은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선도해 11년 연속 글로벌 TV 1위 달성에 주도적 역할을 한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 분야의 최고 개발 전문가다. 고동진 사장은 무선사업부 개발실 팀장과 실장을 역임하면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갤럭시 신화를 일구며 모바일 사업 일류화를 선도해온 인물이다.
아울러 2012년부터 경영지원실장(CFO)을 맡아온 이상훈(62) 사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권오현 부회장이 내년 3월에 내려 놓을 예정인 이사회 의장 후임으로 사외이사들이 추천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