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순위 7위 GS그룹은 2004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LG그룹(2001년)과 함께 투명한 지배구조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허창수 회장을 중심으로 친인척이 소유한 기업들 다수가 지주사 체제 밖에 있다는 것은 오랜 지적사항이자 풀어야 할 숙제다. 허 회장의 사촌형제 기업인 삼양통상과 승산 뿐 아니라 허 회장 본인이 최대주주인 GS건설도 지주회사 밖에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GS 계열사들과 거래를 통한 매출비중이 적지 않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전부터 사업을 펼치고 있던 까닭에 지주사에 편입될 수 없었다는 게 GS측의 입장이지만 지주회사 규제는 받지 않고 일감만 받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 '너무 많은' 지주사 밖 일가·친족 계열사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GS그룹 전체 계열사(69개) 중 지주회사 체제 안에 있는 계열사는 40개로 편입율은 58%에 불과하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 평균 편입율(73.3%)보다 15.3%포인트 밑돈다.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는 GS그룹 29개 기업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14개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 20%(비상장사 기준, 상장사 30%) 이상인 계열사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지정(공정거래법 제23의2조)하고 있으며, 이들은 계열 내부거래 매출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액의 12%를 넘어서면' 거래내역을 따져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2016년 기준 GS의 지주회사밖 계열사중 매출액 또는 매출비중이 규제기준을 넘어서는 곳은 6개로 파악된다. 허창수 회장의 동생 허정수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GS네오텍은 계열 내부거래 매출액이 281억7400만원이다.
유무선 통신케이블과 정보통신·인터넷사업, 전기전력과 산업 플랜트 공사 등을 수행하는 이 회사는 계열사 가운데 주로 GS건설과 거래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GS건설과 107억원 규모의 설비공사 계약을 맺은 상태다.
건물관리업을 하는 엔씨타스, SI업체 GS아이티엠은 GS가(家) 4세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회사다. 엔씨타스는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전무(지분율 29.3%)를 비롯해 허 회장의 3촌 조카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에는 계열사 매출이 9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9.8%에 달해 내부 의존도가 적지않다. 올해도 GS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파르나스호텔과 46억4000만원에 용역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GS아이티엠 역시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아들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등 GS 오너가 4세들이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GS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가 GS아이티엠과 최근 2년동안 553억원의 내부거래를 했다는 내용으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허창수 회장의 사촌인 허용수 GS EPS 부사장이 최대주주(62.6%)인 승산도 계열사 매출 비중이 42.7%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 규제 사각 GS건설, 지주체제 편입 LG상사 뒤따를까
GS건설은 GS를 대표하는 계열사중 하나다. 그럼에도 지주사 체제에서는 벗어나 있다. 현재 GS건설은 허창수 회장이 지분율 10.85%로 1대주주인 가운데 허 회장 자녀 윤영·윤홍씨와 기타 4촌 이내 친인척 17.05% 등 총 27.9%를 총수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GS건설은 상장사인 까닭에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어야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되는데, 이 규제에서 아슬아슬하게 비껴나 있는 셈이다.
GS 입장에서는 GS건설의 규제 사각지대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GS건설은 앞서 언급한대로 GS네오텍 등의 매출처 역할도 했지만, 계열사 내 다양한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상당 규모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것. 2016년 기준 GS건설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6105억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서는 GS가 GS건설을 지주사 체제 안으로 들여올지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앞서 작년 11월 LG그룹은 구본무 회장 등 총수일가가 보유한 LG상사 지분을 지주회사인 (주)LG가 사들이며 지주사 체제 밖에 있던 LG상사를 지주사에 편입시킨 바가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처럼 LG상사도 총수일가가 최대주주이긴 했으나 지분율 30%를 넘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됐던 곳이다. 그러나 계열내 거래금액이 2016년 기준 4340억원, 해외 계열사를 포함하면 9230억원 수준에 달했다.
이와 관련 GS그룹은 아직까지 GS건설의 지주사 체제 편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GS 관계자는 “건설과 상사라는 기업 특성이 다르고 그룹이 처한 상황도 달라 LG상사 사례를 GS건설과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GS건설의 지주사 편입과 관련해서는 검토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