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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롯데 다음 한화…사라지는 컨트롤타워

  • 2018.06.03(일) 17:52

위기 때마다 '타깃' 부상
해체되거나 공식조직 흡수

전략실, 정책본부, 경영기획실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보이지 않는 손'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던 각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경영투명성과 자율경영을 요구하는 흐름이 거세지면서 일사분란한 지시와 실행을 특징으로 하는 컨트롤타워의 입지가 점점 좁아졌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이사회 중심경영과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경영기획실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그룹내 최고자문기구인 경영조정위원회(경조위)도 없애기로 했다.

경영기획실의 기능은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화가 수행한다. 경조위 위원장인 금춘수 부회장도 소속을 한화케미칼에서 ㈜한화로 옮긴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본부에 뿌리를 둔 경영기획실은 그룹의 전략, 재무, 인사, 운영, 법무, 홍보 등을 총괄했다. 직원들은 각 계열사에서 파견받는 식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법률적 근거가 취약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번에 조직 해체를 결정했다.

 

다만 대외소통(커뮤니케이션위원회)과 준법경영(컴플라이언스위원회) 분야는 그룹 단위 조직으로 남겨 계열사의 업무를 지원토록 했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2월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없앴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법률적 실체도 없는 미전실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다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뒤 재계 1위 그룹이 구심점 없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삼성은 전자·물산·금융 계열사별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최소한의 업무조정 채널을 열어놨다.

최근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으로 쪼개진 소(小) 미전실 시스템으로는 삼성이라는 거대 그룹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그룹의 새로운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 등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려고 삼성과 비슷한 시기에 정책본부 해체를 선언했다.

 

정책본부는 신사업 발굴과 인사, 재무, 법무 등을 통해 각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총수 외에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조직이라는 비판에 직면, 지난해 2월 조직 해체 선언에 이어 그해 10월 새로 출범한 롯데지주에 컨트롤타워 기능을 넘겼다. 총수 1인의 통제를 받던 곳이 법인의 통제를 받는 공식조직으로 바뀐 것이다.

SK는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이름의 컨트롤타워를 두고 있다.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논의된다.

특징적인 것은 여느 컨트롤타워와 달리 계열사 대표들이 협의회를 이끈다는 점이다. 총수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고 개별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느슨한 형태의 컨트롤타워다.

다만 지주회사인 SK㈜가 있는 마당에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두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실제 LG는 지주회사인 ㈜LG가 계열사간 업무조정과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현대차는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별도의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 최근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계획이 엘리엇 등의 반대로 무산된 것도 일사분란한 목소리를 낼 컨트롤타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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