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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빛바랜 야심작 '넥슬렌'

  • 2018.10.02(화) 20:17

합작법인 설립후 3년 내내 적자
원료가 상승·경쟁심화 '이중고'

최태원 SK 회장이 차세대 신성장 제품으로 낙점한 고성능 플라스틱 '넥슬렌'이 힘을 못쓰고 있다. 글로벌 화학회사인 '사빅'과 손잡고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3년째 적자를 내며 시장안착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종합화학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과 합작해 2015년 설립한 '사빅 SK 넥슬렌 컴퍼니'는 설립 첫해  413억원의 순손실을 시작으로 재작년에는 137억원, 작년에는 115억원의 적자를 봤다.

법인이 출범한 이후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에도 54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넥슬렌은 SK종합화학이 2010년 독자 기술로 개발한 메탈로센 폴리에틸렌이다. 나프타를 열분해해 얻은 에틸렌을 원료로 한다. 여느 폴리에틸렌과 달리 강도와 탄성이 좋고 가공성도 뛰어나다.

특히 최 회장은 넥슬렌을 글로벌 제품으로 육성하려고 사빅과 손잡는 결단을 내렸다. 다우듀폰, 노바, 익시드 등이 이미 고성능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만큼 후발주자로서 글로벌 기업의 판매망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최 회장은 제품 개발에 성공한 이듬해인 2011년 3월 중동을 방문해 '사빅'의 모하메드 알 마디 부회장을 만나 넥슬렌 제조기술을 소개했다. 한달 뒤 보아오포럼에서 구체적인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이후 실무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 2015년 10월 7일 울산에서 열린 넥슬렌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가운데).

 

SK종합화학과 사빅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은 2014년 5월 수감 중이던 최 회장이 알 마디 부회장에게 옥중 편지를 보내 합작 성사에 대한 감회와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이듬해 울산에서 열린 공장 준공식에는 최 회장이 직접 참석해 "넥슬렌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넥슬렌을 괴롭히는 건 무엇보다 원재료 가격이다. 대한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에틸렌 1톤의 가격은 올해 6월 1363달러로 지난 2015년 1월(939달러)보다 45.2% 올랐다.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대 초반 화학 업체들이 에틸렌 투자를 줄인 탓에 지금까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쟁사들의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김은진 화학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 올해 신규 가동한 에탄 분해설비(ECC) 플랜트들이 메탈로센 폴리에틸렌 공장을 돌리면서 공급이 늘었다. 그나마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이뤄지던 유럽에서는 경쟁이 심화되며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넥슬렌의 원료인 원유 가격까지 올라 에틸렌 가격도 오르며 마진이 줄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사업환경이 바뀐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가격이 비싼 천연고무의 대체재로 여러 화학기업들이 탄성을 지닌 고성능 플라스틱을 개발했고 SK종합화학도 이에 동참했다.

 

▲ 울산 넥슬렌 공장 전경.

 

하지만 고무나무 경작면적이 증가하고 재배기술이 개선되면서 천연고무는 만성적 공급과잉 상태에 놓였다. 세계 천연고무 거래시장의 기준으로 쓰이는 일본 도쿄상품거래소 천연고무 선물 가격은 2014년초 ㎏당 227.3엔에서 올해말 172.8엔으로 24% 하락했다.

아울러 2011년부터 진행된 시노펙 등 중국 업체들의 설비증설로 합성고무 가격도 떨어지자 가격이 비싼 넥슬렌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천연고무 가격이 폭락하면서 메탈로센 등 고부가 폴리에틸렌 전반의 가격 메리트가 줄고 있다"며 "넥슬렌이 신규 시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적자가 지속되지만 SK종합화학과 모기업 SK이노베이션은 넥슬렌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사우디에 넥슬렌 제2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SK 관계자는 "(넥슬렌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라 이익을 내진 못하고 있다"며 "시황이 좋아지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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