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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자동차 배터리 '신경전'

  • 2019.03.08(금) 17:08

막내 SK, 신배터리 선점…'폭스바겐' 물량도 따내
'선두주자' LG화학 모방전략 구사…입지 확대중

리튬이온전지로 만든 전기차용 중·대형배터리는 LG화학 전지사업 '늦둥이'입니다. 노트북, 휴대폰용 소형 리튬이온 2차 전지 양산이 1999년부터 시작된 것과 비교해 5년 늦게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장은 남달랐습니다. LG화학은 2009년부터 2년간 당시 미국 자동차 '빅3'에 속하는 포드, GM과 연이어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차전지 시장을 호령하던 배터리 '명가' 일본을 제친 돌풍이었죠.

이후로도 쭉쭉 성과가 나면서 지난해 기준 전세계 비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기준 LG화학은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런데 LG화학의 강력한 제품을 상대로 '출사표'를 낸 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입니다.

◇ 신기술 '막내'가 먼저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 가운데 사업 시작이 가장 늦습니다. '큰 형님' LG화학과 '작은 형님' 삼성SDI가 각각 1999년, 2000년부터 소형 리튬이온 전지란 발판을 딛고 사업에 진출했는데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다른 두 기업과 달리 SK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받아줄 전자제품 계열사가 그룹에 없었던 것도 한 요인입니다.

출발이 늦은 만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입지가 다릅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산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LG화학은 2위, 삼성SDI는 4위를 차지했습니다. 막내 SK이노베이션은 6위로 국내업체중 가장 밑단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시장 열세를 뒤집을 '반전카드'로 신기술에 주목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8월말 세계 최초로 신형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했습니다. 니켈·코발트·망간(NCM)이 8대1대1 비율로 구성된 신제품입니다. 기존에 두루 쓰이던 니켈·코발트·망간이 6대2대2 비율 제품에서 코발트, 망간 비중을 낮추고 빈자리를 니켈로 메꿨습니다.

이 제품은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 '비용' 세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에너지 밀도를 담당합니다.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전기차가 한 번에 더 멀리 이동할 수 있죠. 이 배터리를 달면 기술적으로 한 번 충전할 경우 주행가능 거리가 약 500㎞로 일반 전기차보다 200㎞ 늘어납니다.

코발트 함량을 줄인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입니다.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쓰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인데요. 2012년부터 톤당 2만~3만달러대를 유지하다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해 2017년 8월에는 6만달러에 육박했습니다. (※관련기사 : 배터리업체가 콩고를 주목하는 까닭)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한 만큼 제조 업체들의 골칫거리였습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원가는 줄이면서 성능은 높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만 양산 계획에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간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신제품이 개발된 다음 달에 당시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었던 이웅범 사장은 "SK이노베이션보다 먼저 전기 자동차용 NCM 811을 생산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제품 개발에선 밀렸지만, 실험실 밖에서 본 실력을 입증하겠단 의도죠.

하지만 LG화학의 공언에도 이번에도 SK이노베이션이 앞섰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 앞서 지난해 8월 신배터리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LG화학은 당시 납품처와 전기차 출시일에 관한 의견이 엇갈려 본의 아니게 제품 양산을 늦췄다고 알려졌는데요.

전지사업 수장이 큰소리를 쳤던 만큼 막내에 밀린 사실에 속이 꽤 쓰렸겠죠.

◇ SK, 폭스바겐 물량도 '쏙'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악연은 지난해도 이어졌습니다. 바로 2014년부터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폭스바겐그룹을 두고 두 회사는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였습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려 '잰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간 전기차 및 자율기술 개발에 440억유로(한화 약 56조원)를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지난해 밝혔습니다.

그 일환으로 2022년까지 전기차 생산공장을 현재 3곳에서 전 세계 16곳으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는데요. 또한 2025년까지 연간 300만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도 내놨습니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겠죠.

그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물량을 거머쥐었습니다.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해 말 체결했습니다. (※관련기사 : SK이노베이션, 폭스바겐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

다만 이 계약에서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 '쓴맛'을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초 폭스바겐은 LG화학, 삼성SDI 등 여러 업체를 미국에서 제품을 납품할 후보군으로 올려뒀다고 합니다. 특히 LG화학은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지니고 있고, 안정적 생산능력으로 폭스바겐이 특히 눈여겨 봤다는 후문입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위치도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하지만 막판 배터리 납품가격 인하, 현지 공장 건설계획 등 공격적 영업으로 폭스바겐의 마음이 SK이노베이션으로 기울어졌다고 알려졌습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폭스바겐과 계약 사실을 알린 직후 미국 현지 공장 건설계획을 내놨습니다. (※관련기사 : SK이노베이션, 1조원 들여 美 배터리공장 짓는다)

더군다나 SK이노베이션이 또다시 LG화학의 '밥그릇'을 건드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린카 콩그레스'는 폭스바겐의 유럽생산 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이 일부 물량을 납품하기로 장기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계약에 이를지는 미지수지만, 사실이라면 LG화학 속이 부글부글 끓을 것 같습니다. 생산 거점국가에서 막내에게 뒤를 따라 잡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LG화학은 최근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 유럽 배터리 생산기지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 LG화학의 표정을 더 일그러뜨리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LG화학이 애지중지하는 유럽에서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과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추진한단 얘기까지 나옵니다.

LG화학도 SK이노베이션과 폭스바겐의 '동거'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현지 언론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합작법인을 추진하면 배터리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폭스바겐에 통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폭스바겐 구매담당이사가 LG화학을 달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추가로 냈습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고의 수위는 확인되지 않으나 합작법인 설립 반대의견은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LG화학은 이같은 보도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 'LG화학만 따라가자'

형님과 막내가 사사건건 충돌하는데는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의 사업전략이 겹치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같이 '파우치형' 배터리가 주력입니다. 배터리 형태별로 특징이 다르고 납품처도 갈리는 만큼 같은 시장을 두고 두 회사는 경쟁하는 셈입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가 주력인 것과 대조적이죠.

더욱이 배터리 기술을 두고도 양사는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는데요. 두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분리막' 제조기술을 두고 2011년부터 특허소송을 진행했습니다. 양사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3년간 분쟁이 끝났지만, LG화학으로선 꽤 신경이 쓰였겠죠.(※관련기사 : "소모적 싸움 그만" LG화학-SK이노베이션, 특허소송 끝냈다)

두 회사는 목표치도 같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기가와트시(GWh)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LG화학이 202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생산능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이 의도적으로 LG화학을 모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위권 업체가 닦아놓은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발생할 실패확률이 낮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죠.

실제 성과가 나고 있는데요.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완성차 업체에 이전보다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원재료 값 변동률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납품가를 조정하는 '메탈가격 연동제'를 계약서에 추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발트가 오르면 수익이 줄어드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제품을 납품했던 것과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만큼 SK이노베이션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완성차 업체들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상당 부분 흉내 내고 있다. 또한 엔지니어, 영업마케팅 등 인력들도 대거 스카우트 중"이라며 "'우리 회사는 LG화학만 따라가면 된다'는 모양새를 띄고 있어 LG화학의 경계가 매우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반도체에 이어 국내 산업을 먹여 살릴 '제2의 반도체'라고도 불립니다. 그만큼 시장을 두고 국내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경쟁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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