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 없으면 원안대로 승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없습니다. 동의합니다."
26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LG 주주총회가 15분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LG그룹 2인자로 불리는 권영수 부회장이 의사봉을 잡았다. 구광모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주총 시작과 함께 원고지 8.4매 분량의 구 회장 명의로 된 'CEO 메시지'를 5분간 읽어내려갔다. 간간이 고개를 들었으나 시선은 주로 단상 위에 놓인 원고에 고정됐다.
감사보고와 영업보고는 4분만에 끝났다. 재무제표·정관변경·이사선임·이사보수한도 등 주요 결의사항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이날 주총에서 새로 이사후보에 올라온 하범종 ㈜LG 재경팀장(사내이사)과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사외이사)의 선임배경을 묻는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최상태 울산과학기술원 초빙 교수는 다른 이사들(3년)과 달리 임기가 1년이지만 이를 궁금해하는 주주들도 보이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이사 후보자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배부한 자료를 참고해달라"고만 했다.
주주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주총장을 빠져나온 뒤 LG 사원증을 꺼내 목에 걸고 각자의 사무실로 향했다.
㈜LG는 이번 주총으로 사외이사 4명중 3명(신규선임 한종수·재선임 최상태·임기가 남은 이장규)을 회계전문가로 채웠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후보군을 넓히는 게 필요했지만 ㈜LG는 회계분야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꾸렸다.
신규 선임된 한 교수는 현재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재선임된 최 교수 역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와 한국회계기준회 비상임위원을 지냈다.
다만 ㈜LG는 최 교수가 2013년부터 시작해 이번에 두번째 연임하는 점을 감안해 그의 임기를 1년으로 제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사외이사의 임기를 7년 이내로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LG트윈타워 앞에선 LG그룹 계열의 한국음료 노동자들이 21일째 천막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이들이 건물 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출입문에는 보안요원과 경찰이 배치됐다.
한국음료노조 관계자는 "주총을 방해할 목적도 없고 힘도 없다. 주주에게 주총 참석이 당연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