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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덮치면 LG전자 주식을 사라

  • 2019.03.19(화) 16:43

대장주 삼성전자 떨어질때 10% 올라
미세먼지 '나비효과'로 수혜주 등극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하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오죽하면 트럼프의 경제 참모였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나바로 때문에 못해먹겠다며 지난해 3월 사표를 던졌다.

나바로는 "중국은 세계의 기생충"이라며 자극적인 말을 서슴지 않는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 배후에 나바로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나바로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경제학자다. 그만큼 트럼프의 신임이 두텁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9년부터 캘리포니아 어바인대에서 교수로 지냈다.

그는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 '웅크린 호랑이(Crouching Tiger)' 등 중국의 부상을 경고하는 책으로 주목을 받았다. 직접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주식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책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If It's Raining in Brazil, Buy Starbucks)'의 저자가 나바로다.

경제현상의 '나비효과'를 대중에게 널리 전파한 책이다. 가뭄이 든 브라질에 비가 내려 원두 공급량이 증가하면 재료값이 떨어져 스타벅스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그럴듯한 비유를 들었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려면 '큰 판', 곧 거시경제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담고 있다.

지금은 중국과 무역분쟁으로 정신없을 나바로가 만약 한국이 미세먼지로 고통받는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브라질 날씨까지 챙기라고 할 정도면 돈 버는 기업 하나쯤은 찍어두지 않았을까. 국내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를 짓누르던 지난 6일 삼성증권은 '오늘의 특징주'로 LG전자를 꼽았다. 미세먼지 공습이 일상화하하면서 '안티 폴루션(Anti-pollution·오염 방지)' 산업이 등장했고 공기청정기·건조기·스타일러 등의 절대강자인 LG전자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이유를 달았다.

실제 지난달 28일 서울지역 미세먼지가 '나쁨'(89㎍/㎥) 수준일 때 7만500원 하던 LG전자 주가는 이달 4일과 5일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169㎍/㎥, 186㎍/㎥로 '매우나쁨'으로 치닫자 껑충 뛰기 시작했다. 지난 18일에는 7만8200원으로 불과 보름여만에 7700원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0.7% 하락하고, 대장주인 삼성전자 역시 3.1% 떨어지며 약세를 면치 못할 때 1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이 LG전자다.

LG전자 사업은 크게 가전(H&A·HE), 모바일(MC), 전장부품(VC), B2B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가전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54조원·LG이노텍 포함 전)의 3분의 2 가량인 35조원을 가전이 담당했다.

삼성전자의 가전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20%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LG전자에서 가전이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공기청정기·건조기 등 미세먼지 관련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H&A사업본부 매출이 19조원에 달했다.

'퓨리케어(공기청정기)'를 돌리고 '트롬(건조기)'으로 빨래를 말리며 '스타일러(의류관리기)'에 옷을 걸어두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최근 미세먼지가 날로 심해지면서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가전제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수요는 '환경가전'이라는 새로운 상품군을 만들었으며, 대기질 오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가전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LG전자 무보증사채 투자설명서中

한가지 걸리는 건 미세먼지 수혜기업이라는 타이틀이 꼭 달가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LG그룹이 초·중·고 교실에 공기청정기 1만대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미세먼지로 돈 버는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걸 꺼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나비효과는 아무 것도 아닌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가설을 담고 있다. LG전자 주가가 기지개를 켤 수록 사소한 것이라도 놓친 건 없는지 살피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스타벅스는 원두값보다 임차료에 민감한 회사다. 적어도 한국에선 그렇다. 2017년 기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임차료는 2092억원으로 원재료비(1960억원)를 웃돈다.

스타벅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브라질 날씨 못지 않게 신문에서 부동산 지면을 읽는 게 도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세먼지 수혜주인 LG전자에서는 무엇을 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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