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결핵환자의 진료와 임상연구 등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의료기관인 국립마산병원과 지난 9일 업무협약을 맺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국립마산병원은 전국에 2개뿐인 보건복지부 소속 결핵전문병원중 하나다. 결핵진료·연구, 결핵전문가 양성, 결핵관리요원의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곳이다.
LG전자와 국립마산병원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앞으로 3년간 차세대 공기청정기 부품 개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국립마산병원은 LG전자가 개발하는 필터 등 핵심부품이 실제 항균력이 있는지 등을 검증·평가한다. LG전자는 결핵균과 같은 세균을 잡는데 유용한 소재 발굴시 국립마산병원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가전업체가 민간병원과 손을 잡는 사례는 드물지 않지만 이번처럼 정부 소속 의료기관, 그것도 결핵을 전담하는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은 건 흔치 않은 일이다.
LG전자는 환경가전 분야의 핵심인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비롯해 제습기, 가습기 등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협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경 0.2~0.5마이크로미터(㎛), 길이 1~4㎛ 크기의 막대모양의 세균인 결핵균은 주로 환자의 기침, 콧물, 가래로부터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워낙 미세한 크기라 시중에 나와있는 헤파필터로도 걸러내는 게 쉽지 않다. 설사 성능이 좋은 헤파필터를 사용하더라도 실제 사용할 땐 잦은 교체주기와 효율 저하 문제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곤 한다. LG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핵 관련 풍부한 임상연구와 전문시설을 갖춘 국립마산병원과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약은 공기청정기의 성능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강화되는 추세와도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과 7월, 올해 3월 잇따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삼성전자·코웨이·위닉스·청호나이스·대유위니아·한국암웨이 등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한적인 조건에서 실시한 실험결과를 근거로 '공기 중의 바이러스 99.99% 제거' 등의 문구를 쓰며 소비자들을 오인케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LG전자는 경고 처분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청정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정부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제조사들도 실생활에서 구현할 수 있는 성능에 더욱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