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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둘 때도 '수백억'…회장님 퇴직금의 비밀

  • 2019.04.04(목) 08:58

1년 일하면 한달치 받은 월급쟁이와 달리
회장은 최대 6개월치 받아…여러곳 겸임도

월급쟁이들이 임원을 달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장님, 전무님 등 '님'이라는 호칭이 부러워서만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할수록,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돈 걱정없는 노후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룹 총수도 마찬가지다. 근무기간이 오래될수록, 직급이 높을수록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나올 수 있다. 주가 상승이나 배당으로 받는 게 얼마인데 임기나 직급이 중요할까 의구심이 생긴다면 지난해말 은퇴를 선언한 코오롱그룹 이웅열 전 회장의 사례를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은 퇴직금으로 410억원을 받았다. 스스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했던 그는 퇴직할 때도 '금수저'를 들고 나갔다.

이 전 회장은 지주회사인 ㈜코오롱을 비롯해 코오롱인더,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베니트 등 자신이 등기이사로 몸담은 6곳 중 5곳에서 지난해 총 455억7000만원을 수령했다.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이 아닌 코오롱베니트에선 얼마나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코오롱베니트를 빼더라도 이 전 회장은 5억원 이상 보수 공개 대상 기업인 중 단연 최고를 기록했다. '연봉킹'으로 꼽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138억3600만원)와 견주면 300억원 이상 많은 보수를 받았다.

비결은 이 전 회장의 퇴직금에 있다. 이 전 회장의 보수 중 410억4000만원(총보수의 90%)은 퇴직금(퇴직소득+기타 근로소득으로 분류한 퇴직금)으로 채워져있다. 지난해 11월말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갔다"며 전격적인 은퇴를 선언한 그였지만 이 전 회장은 물러날 때도 금수저였다.

그는 코오롱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코오롱인더에서 180억9000만원을 수령한 것을 필두로 코오롱글로텍(89억8000만원), 코오롱글로벌(83억5000만원) 등에서 수십억원씩 퇴직금을 챙겼다. 최근 신약 '인보사' 판매 중단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코오롱생명과학에서도 32억20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이처럼 수백억원의 퇴직금이 가능한 이유는 높은 연봉과 함께 '지급배수(지급률)'라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월급쟁이들은 근속기간 1년당 한달치 월급(퇴직전 월평균 급여)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하지만 임원부터는 달라진다. '월급x근속연수'에 지급배수가 붙는다. 월급쟁이들은 지급배수가 1이라 별 의미가 없지만 임원들은 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 직급에 따라 배수가 달라진다. 지급배수는 각 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이 전 회장은 코오롱인더에서 한달에 1억3000만원을 받았다. 근속연수 34년을 곱하면 45억2000만원을 받아야했지만 '회장'에게는 지급배수 4배를 적용하는 내부 규정으로 이 전 회장은 180억9000만원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다. 평범한 월급쟁이와 달리 이 전 회장은 근속기간 1년당 4개월치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웅렬 회장, 6개사 등기임원 겸직
작년말 퇴직 땐 410억 이상 챙겨
금수저로 태어나 금수저 들고 은퇴
곧 조양호 회장이 신기록 세울듯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15년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국내 상장기업들은 회장 등 임원들이 퇴직하면 대체로 근속 1년당 최대 3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줬다. 이 전 회장은 그보다 높은 배수를 적용받은 셈이다.

그가 40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던 또다른 비결은 여러 계열사에서 겸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월급쟁이들은 '분신술'을 익히지 않는 한 겸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원들은 그렇지 않다. 여기저기 이름을 걸어놓고 퇴직할 때 각 회사에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6개 회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 전 회장이 '연봉 톱'에 오를 수 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

여러 기업에 자신의 이름을 걸어두고, 회장직을 오래 유지하면 할수록 총수는 더 많은 금액의 퇴직금을 받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주총에서 사내이사직을 잃은 조양호 회장은 500억~600억원대 퇴직금을 받을 전망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의 기록을 깨게 된다.

이 전 회장의 퇴직금 기록은 조만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깰 전망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15년 3월 회장에 대한 퇴직금 지급배수를 종전 4배에서 6배로 올린 바 있다.

그가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받은 보수는 31억3000만원. 이 가운데 상여를 제외하고 급여 명목으로 받은 돈이 27억원이다. 조 회장이 한달 급여로 2억2000만원(27억원/12개월)을 받았다고 가정하고, 임원 재직기간(39년)과 직급배수(6배)를 곱하면 그는 총 526억50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게 될 전망이다.

만약 상여를 포함한 월평균 보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퇴직금은 610억4000만원으로 더 불어난다. 지난달 주총에서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한 조 회장이 수백억원이나 되는 퇴직금을 챙긴다니 주위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3일 "조 회장 퇴임시 과도하게 계상된 퇴직금 박탈 내지 대폭적인 감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명백한 주주가치 훼손사례가 될 것"이라며 대한항공 이사회를 압박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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