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홀로서기가 빨라질 전망이다. SK건설 매각으로 최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디스커버리와 사촌형 최태원 회장이 지배하는 SK㈜의 마지막 연결고리가 끊겼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계열분리 선언만 남겨둔 상황이다.
SK디스커버리는 24일 보유중인 SK건설 지분 997만989주(28.3%)를 전량 기관투자자에 매각했다. 매각가격은 주당 3만500원, 총 처분금액은 3041억원이다. SK디스커버리는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과 신규사업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로써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과 지분관계를 모두 정리하는 한편 2017년 12월 출범 후 1년6개월만에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최 부회장의 독자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K'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회사다. 최 회장이 가스와 케미칼 등은 사촌동생 몫으로 여겨 최 부회장의 독자경영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의 지분 4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유일하게 예외로 남아있던 계열사가 SK건설이다. SK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분 44.5%를 보유한 SK㈜다. 지분율만 보면 최 부회장이 경영전반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건 아니지만 실제는 달랐다.
SK건설은 최 부회장 본인이 2013년까지 SK건설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회사다. 비록 경영악화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지금도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안재현 사장이 SK건설을 이끄는 등 최 부회장의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SK케미칼이 보유한 SK건설 지분 처리가 주요 관심사였다. SK㈜에 이은 2대 주주로서 SK디스커버리가 의지만 있다면 SK건설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는 지분 40%(비상장 20%) 이상의 자회사만 두도록 못박고 있다. 자회사가 아닌 회사에 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5% 이상 최득해선 안된다. 유예기간은 2년으로 SK디스커버리는 올해 12월까지 해소해야 했다.
해결방법은 두가지다. SK디스커버리가 SK㈜ 보유의 SK건설의 지분을 전부 사거나 아니면 모조리 파는 것이다. SK건설 지분 44.5%를 SK㈜로부터 매입하는 건 자금부담이 컸다.
이번에 적용한 SK건설 주당가격을 대입하면 SK디스커버리가 부담해야할 돈은 4800억원에 달한다. SK건설 지분 가운데 11.7%를 매입해 40%를 맞추는 방식도 있지만, 이 경우 SK㈜가 잔여지분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 최 부회장은 SK건설 지분을 깨끗이 정리하고 그 대가로 들어오는 돈을 다른 곳에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SK건설 입장에서도 SK디스커버리보다는 SK㈜에 묶이는 게 유리했다. 지난해 SK건설의 국내 매출액 5조2600억원 가운데 2조원(38%)이 SK하이닉스 한곳에서 나왔다. 반면 SK가스, SK케미칼 등 SK디스커버리 계열사와 매출비중은 1% 안팎에 그쳤다.
SK건설 매각으로 SK㈜와 지분관계를 정리하면서 SK디스커버리의 계열분리 시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친족간 계열분리 신청을 하면 별도의 기업집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 SK디스커버리는 신중한 입장이다. 당장 '다른 살림'을 차려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해소의무 때문에 SK건설 지분을 매각한 것일뿐 계열분리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SK그룹의 경영철학인 '따로 또 같이'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