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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日 '경제도발'에 韓 상응조치

  • 2019.08.02(금) 17:28

일본, '화이트 리스트'서 한국 제외
159개 품목 영향권…정부 '맞대응'

일본 정부가 끝내 한국을 전략품목 수출 우대국가인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에 제외하면서 한일 교역과 산업 생태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은 아베 내각이 지난달 초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을 콕 집어 수출규제에 나선데 이어 한달만에 약 1200개의 전략품목까지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경제도발'을 감행하면서 한일 양국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일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7일 공포돼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화이트 리스트는 일본기업이 무기개발 등에 사용될 소지가 있는 물품이나 기술 등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절차를 간소화하기로 인정한 국가들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가 자국의 안전보장상 우호국에 부여하는 혜택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한국 등 27개국이 화이트 리스트에 올라있었으나 한국은 이 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가 됐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번 조치에 영향받는 전략물자 품목은 총 1194개다. 무기 또는 무기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민감품목'에 해당돼 이미 개별허가를 받고 있는 것 등을 제외하면 159개 품목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게 된다. 159개 품목은 수출 1건당 최장 90일이 걸리는 개별허가를 받는다. 여기에는 공작기계, 집적회로, 통신장비, 레이저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무기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비민감 품목'이라 하더라도 해당 품목 규정이 매우 포괄적이고 자의적이라 식료품이나 목재 등을 제외한 사실상 전품목이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비슷한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연구원은 지난 1일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전망' 보고서에서 "대체적으로 공작기계, 화학약품, 전자부품, 첨단소재 등이 규제 대상 품목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일본의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자동차, 전자, 통신네트워크 기기, 산업기계 분야의 첨단부품소재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시행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감광재),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3개 품목 규제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것이라면 앞으로는 완성차·가전·통신·기계 등 한국의 핵심산업 전분야에 걸친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공작기계, 화학원료 등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나 수소·전기차 등 한국이 미래먹거리로 정한 산업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업체는 배터리를 감싸는 핵심부품인 파우치 필름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수소전기차의 핵심소재인 탄소섬유도 대부분 일본에 의존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대일의존도 높은 일부 품목들의 경우 공급차질 등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수입품중 일본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48개로 수입액은 27억8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도 253개, 158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과 무역에서 240억8000만달러 적자를 본 나라인데도 일본이 되레 큰 소리를 치는 것도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일본의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일본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 제품수는 총 270개이고, 이 가운데 부품·소재가 212개(78.5%)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부품소재의 다변화, 원천기술 확보 등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함께 일본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는 양국 간의 오랜 경제 협력과 우호 협력 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며 "비록 일본이 경제 강국이지만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도 이날 일본의 조치에 우려를 표명하며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 철회 등을 촉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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