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사는 용량과 데이터 처리속도 극대화에 집중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 정보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셀이 집적되면서 제품 크기가 비대해진다. 스마트폰 등 얇아지는 완제품 추세에 맞지 않는다. 제조사는 제품 성능은 높이면서 셀 높낮이와 면적을 알뜰히 줄여야 하는 궁지에 몰린다.
반도체 제조사의 고민을 해결해줄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공수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반도체를 작동시키는 새로운 물질을 연구한다. 빛의 빠르기와 전자의 안정성을 두루 갖춘 최적점이다.
공 교수는 이 물질을 활용해 반도체가 정보를 저장하는 입출력 구조를 새로운 형태로 뜯어 고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기존 반도체는 전자가 들락날락하며 0과 1이 입력되면 데이터가 저장되고 처리되는 이진법 구조를 지녔다. 공 교수가 개발할 물질은 속도가 빠르면서도 단순 출입만이 아닌 셀 내부에서 여러 각도로 회전하며 다양한 정보를 더 많이 입력한다. 반도체 성능은 올리면서 두께를 줄여야 하는 제조사에게 안성맞춤이다.
연구가 실패할지는 나중 문제다. 삼성전자는 공 교수의 아이디어 그 자체의 혁신성에 주목해 연구비를 지원한다. 연구가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삼성은 돈을 돌려받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연구자의 '열정'에 투자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 2013년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껏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기술, 정보통신기술 분야 총 560개 연구과제에 718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1년에 3번 지원과제를 발표한다.
이번에는 공 교수의 연구를 포함해 26개 연구과제에 총 330억원이 투입된다. 정경운 재료연구소(KIMS) 박사는 암세포 전이 가능성을 예측 및 진단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정확성을 향상시킬 유기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정은주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교수는 사람이 음악 소리를 상상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포착 후 분석해 음악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음두찬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센터장은 "오늘 발표한 과제의 절반이 30대부터 40대 초반의 젊은 신진 연구자들이 진행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과학기술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