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배터리 사업 계열사인 삼성SDI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 매출 10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수익성이 뚝 떨어져 외형 성장의 빛이 바랬다. 사업의 한 축인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화재 방지를 위해 2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쓰게된 탓에 이익이 크게 줄었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0조974억원, 영업이익 4622억원, 순이익 4024억원의 실적을 냈다고 30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보다 10.3% 늘리며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35.4%, 46% 급감했다. 2018년 7.8%였던 영업이익률은 작년 4.6%로 3.2%포인트 하락했다.
해를 넘기기 직전에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작년 4분기 매출은 2조821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3.8%, 직전 분기보다 9.9%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201억원에 그쳤다. 전년동기보다는 91.9%, 직전 분기보다는 87.9% 급감한 것이다. 순손실은 3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빈발한 ESS 화재사고를 막기 위해 특수소화시스템 등 안전을 강화하는 조치에 2000억원 가량의 일회성 비용을 들였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제외하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487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SDI 경영지원실 김윤태 상무는 "작년 4분기 시작한 안전강화 조치는 올해 상반기 안에 끝날 것"이라며 "글로벌 신재생발전 확대, ESS 의무화 정책 등으로 국내외 수요가 늘어 ESS 사업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동시에 수익성도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지사업부문은 전 분기보다 13.2% 늘어난 2조20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동차와 ESS에 적용되는 중대형전지 매출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자동차전지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며 수익성도 개선됐다. ESS 매출도 소폭이나마 늘었다. 소형전지 가운데 원형은 전동공구와 청소기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폴리머·각형은 기존 모델 수요 감소로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재료사업부문 매출은 61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보다 0.6%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고부가 제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판매구조는 나아졌다는 게 긍정적이다. 편광필름은 계절적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OLED와 반도체 소재는 전방수요 개선으로 매출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삼성SDI는 자동차 배터리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올해 전지사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잇다. 시장조사기관 IHS 및 B3 등에 따르면 자동차 전지 시장은 작년보다 55% 성장하고, ESS 시장도 26% 커지며, 소형전지 시장도 14%의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전년동기 대비 성장세는 보이겠지만, 수익성은 전 분기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자재료 역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0% 성장한 134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디스플레이 시장은 초대형 패널 수요가 성장하면서 각종 소재부품 판매가 신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