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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항공사]②"정치논리에 면허 남발"…결국 구조조정

  • 2020.02.19(수) 11:02

'블랙스완과 충돌' 항공사 "역사상 가장 어렵다"
항공사, 비상경영 선포…구조조정 가속화
"시장 포화 경고음 무시하고 면허 남발"

국내 항공업계에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블랙스완)'이 벌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한일관계 악화, 홍콩 시위, 중국 코로나19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항공사의 주요 노선들이 줄줄이 막히고 있다. 마치 '버드 스트라이크'(비행기가 조류와 충돌)와 같이 국내 항공사가 블랙스완에 부딪혀 휘청하는 모습이다.[벼랑 끝 항공사]①사상최대 승객, 사상최악 적자

'블랙스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하고 정부가 푼 면허권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미 영업 중인 8곳의 항공사는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고 지난해 신규 면허를 받은 3곳은 영업을 시작하거나 안착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국내항공사 여객수(국내선·국제선)는 369만604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38.2%(228만8425명) 줄었다. 2월은 봄방학, 여행사의 특가행사 등으로 항공업계의 성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한일 관계 악화로 수요가 준 일본은 베트남 등으로 노선을 돌렸지만 이번엔 뾰족한 대안도 없다.

연이어 악재가 터지자 항공업계는 초비상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사장 40%, 임원 30%, 조직장 20% 등 급여를 반납하고 모든 임원이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등은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작년 7월 일본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노선이 많은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갑자기 노선을 동남아, 중국 등으로 돌리면서 탑승률이 낮아지고 수익률도 떨어졌다. 올해 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중국도 완전히 막혔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악재에 항공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는데 공급 규모는 역대 최대치다. 1988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복수 항공체제가 도입된 이후 2005년 제주항공, 2008년 진에어와 에어부산, 2009년 이스타항공, 2011년 티웨이항공, 2016년 에어서울 등 LCC로 시장은 커지고 있다. 작년에도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항공, 에어프레미아 3곳이 면허를 받았다.

허희영 교수는 "2010년 이후 LCC가 흑자 전환하고 수년간 흑자를 즐겼다. 외국처럼 항공 면허를 자유롭게 해야한다는 명분이 있었고 시장에 돈이 몰렸다"면서도 "하지만 비행기를 띄우면 돈을 벌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민항 역사상 이렇게 어려운 시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에 찾아 온 블랙스완을 계기로 구조조정이 촉발될 것이란 분석도 힘을 받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호황일때는 공급과잉은 문제가 안 되지만 일본 사태와 중국 코로나 등이 겹친 지금은 블랙스완 상태"라며 "앞으로 항공업계에 대공항과 같은 상황이 올수 있다. 이에 대비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년부터 국내 항공업계에는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됐다. 작년말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각각 체결했다. 하지만 막판 변수로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인수합병 최종 결과는 안개속에 빠졌다.

업계는 앞으로 추가 매물이 나오면서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구조조정 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면허를 받은 에어로케이항공, 에어프레미아는 첫 비행기를 띄우지 조차 못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황용식 교수는 "국내 항공시장을 보면 대형항공사 2곳, LCC 3곳 정도가 적정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 중 절반 이상이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얘기다. 허희영 교수는 "악재가 겹치면서 에어로케이항공, 에어프레미아가 시장에 진입에 성공할지도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장밋빛 전망으로 면허를 남발한 국토교통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황 교수는 "지난 정권때는 시장 논리에 입각해 국토부가 몇차례 면허 신청을 반려했다"며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항공업계는 바라보는 시각이 '시장'이 아닌 '정치'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중장기적으로 항공업계를 바라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에선 정부가 면허를 남발하고 있다고 몇 차례 경보음을 보냈지만 번번이 정치적 논리에 밀렸다"며 "지방공항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 등 명문으로 면허를 새로 내줬지만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한 플라잉강원 탑승률은 50%가 되지 않고 창출된 일자리도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경쟁이 치열해지면 항공사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비용을 줄이면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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