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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2조-주주 1조' 대한항공, 급한 불은 끈다

  • 2020.05.14(목) 16:25

대한항공, 1조 증자…대주주 한진칼 몫 3000억
국책은행, 전환사채·유동화증권·대출 등 1.2조 지원
9월까지 차입금 1.9조 만기…알짜자산 매각 시급

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에 휩싸인 대한항공이 2조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국책은행 지원 1조2000억원, 주주 증자대금 1조원 등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과 대규모 증자로 유동성 위기를 빠르게 대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고 오는 9월까지 차입금 1조9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운항이 중단된 대한항공 여객기/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14일 한진칼은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대한항공 이사회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안을 결의했다. 주주를 대상으로 신주 7936만5079주를 배정한 뒤 실권주는 일반 공모하는 방식이다. 발행가격은 지난 12일 주가를 기준으로 20% 할인한 1만2600원이다.

한진칼은 이번 대한항공 유증에 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이 우리사조조합에 총 유상증자 대금의 20%를 우선배정했지만 이 물량이 모두 소화된다고 예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현재 보유중인 대한항공 지분(29.96%)만큼 신주를 청약 받는 것으로 가정했다. 한진칼은 자산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 증자대금 3000억원을 마련한다.

작년 말 기준 한진칼이 1년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5557억원 정도 된다. 특정금전신탁(MMT) 3073억원, 예금 1354억원, 정기예금 1072억원, 현금 57억원 등이다. 한진칼은 자산을 매각하거나 자산을 담보로 차입키로 했다.

가장 주목받는 자산은 한진칼이 지분 48.27%를 보유하고 있는 정석기업이다. 이 회사는 그룹 계열사에 건물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부동산 관리회사다. 작년말 기준 정석기업의 투자부동산 장부가는 2198억원이지만 시장에선 가치가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증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현실화되진 않았다. 조원태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증자 대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고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어 증자 방식에 따라 자칫 경영권 향방이 갈릴 수 있어서다.

이날 또 한진칼은 여행 계열사 한진관광에 8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작년 한진관광의 당기순손실은 34억원으로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다. 결손금만 134억원이 넘는다.

주주가 수혈하는 증자대금 1조원 외에 국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한다. 항공화물 매출채권 담보부 자산유동화증권 7000억원, 전환사채 3000억원, 자산담보부 차입 2000억원 등이다. 지난달 정부가 대한항공에 지원을 약속한 기간산업안정기금 1조2000억원이 실행되는 것이다.

이중 전환사채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상대로 각각 1800억원, 1200억원 규모로 발행된다. 전환사채 최초 금리는 1~5%이고 발행일부터 2년 뒤엔 연 2.5%, 3년 뒤부턴 매년 0.5%의 금리가 추가된다. 주식 전환가는 1만9100원이다.

전환사채 유입자금중 2100억원은 오는 6월22일 조기 상환되는 신종자본증권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나머지 900억원은 유류비 등 운영자금으로 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증권업계에선 오는 3분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한항공 차입금을 1조9000억원 가량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매월 고정비로만 2000억원이 넘게 나가는 상황을 생각하면 자금난이 해소됐다고 판단할 수 없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등 알짜 자산을 팔아 추가로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임원은 최대 50% 급여를 반납하고 직원들도 휴업을 진행하는 등 경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조원대 자금을 확보하면서 자금난에서 한숨 돌렸다"면서도 "여객이 대부분 중단된 가운데 그나마 화물 운행 비행기가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 사업적으로 원활한 유동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2차 유행 우려 등으로 여객 수요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대한항공은 화물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경쟁사 대비 선방된 실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과도한 레버리지 구조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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