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 검색

2년 후 테슬라가 배터리를 '자체생산' 한다면

  • 2020.10.03(토) 08:26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머스크, 반값 배터리 내재화 공언
가능성 엇갈리지만...국내 3사도 '촉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는 '괴짜'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가 2002년 민간 우주 개발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할 때 행보만 봐도 그렇다. 그는 스페이스X 설립 직전인 2001년 러시아로 건너가 우주선으로 사용하겠다며 중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구매하려 했다. '우주 개발은 정부 주도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상식을 깨는 행동이었다.

'허무맹랑하다'는 당시 세간의 평가는 넉 달 전 깨졌다. 지난 5월31일(현지 시간) 스페이스X가 세계 첫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발사하면서다. 머스크가 공언했던 초고속 이동수단 '하이퍼 루프(진공튜브 속 자기부상열차)'도 3년 내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도입된단다.

그는 이번에도 무모해 보이는 계획을 던졌다. '반값' 전기차 배터리팩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새벽(한국시간)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 발표회 '배터리데이'에서였다. 2차전지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들이 길게는 20년 넘게 투자와 기술개발을 해온 분야다. 그의 말이 실현된다면 배터리 업계의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

직원들과 회의 중인 일론 머스크(오른쪽 두 번째) 테슬라 CEO/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발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라는 평가가 먼저 나왔다. 이번 배터리데이에서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던 '다음 세대 배터리'에 대한 머스크의 구체적 언급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머스크는 "이번 배터리데이는 테슬라 역사 상 가장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중국 배터리사 CATL과 협력해 만든 전고체 배터리 등 획기적인 신소재 배터리가 소개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기대했던 이들로부터 "맥이 빠졌다"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머스크는 '개량형 배터리'를 대신 제시하며 이목을 끌었다. 현재 테슬라 자동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보다 56% 저렴한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머스크는 셀을 담는 '중간 상자'인 모듈을 제거해 바로 팩으로 조립하도록 하는 배터리 원가 절감 방안을 제시했다.

머스크는 더 강한 배터리를 만들겠다고도 공언했다. '4680' 원통형 배터리(지름 46㎜, 높이 80㎜ ) 상용화 계획이다. 현재 테슬라는 LG화학 등으로부터 '2170' 원통형 배터리(지름 21㎜, 높이 70㎜)를 납품 받고 있다. 이보다 부피는 약 2.5배 더 크면서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더 높은 제품을 직접 제조해 배터리 업계의 우위에 서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날 "우리의 차세대 배터리는 더 강하고, 오래가며 가격도 지금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2년 내 노하우 습득?

머스크는 이런 배터리를 직접 대량으로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오는 2022년까지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규모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이어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인 2030년까지 100GWh의 30배인 3TWh(테라와트시) 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겠다고도 장담했다.

이는 LG화학을 제외한 국내 업체들의 목표 생산능력을 뛰어넘는 규모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연간 생산능력 100GWh 달성 시기로 LG화학은 올해 말,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2025년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그가 제시한 배터리 생산 계획을 달성하려면 현재 기준으로 2022년까지 10조원, 2030년까지는 300조원 가량이 투입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테슬라라도 배터리까지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머스크의 발언은 배터리 납품 단가를 낮추려는 '견제구'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배터리 단가가 전기차 원가의 절반에 육박하는 만큼,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내놓기 위해서는 배터리 납품가 인하가 필수적이다.

머스크는 배터리데이 하루 전날에는 "2022년 이후 배터리 물량 부족이 우려된다며 "우리는 파나소닉과 LG, CATL과 같은 협력사로부터 구매물량을 늘릴 작정"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발언과는 들어맞지 않는 아리송한 언급이었다.

◇ '그래도 머스크니까'

하지만 머스크의 호언장담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가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제시하기보다 기존 배터리 공정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향을 내놓은 만큼 상당 부분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짚었다.

국내 배터리업체는 오랜 기간 적자를 보면서도 배터리 사업에 투자해왔다. 각 회사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3사 매출(이하 연결 재무제표 기준)은 9조5329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4901억원 보다 27.3% 늘었다. 영업손실은 124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3349억원에서 62.9% 감소했다. 사업 외형이 확보되면서 손익도 점차 개선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테슬라가 직접 배터리 생산에 나서 산업 생태계가 교란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흑자전환 시기는 LG화학이 가장 빠른 올해, 삼성SDI가 내년,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순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테슬라가 나선다면 이 예측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장담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머스크가 밝힌 배터리 생산가 인하 고민은 국내 배터리 회사들의 배터리 개발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배터리 가격이 낮아져야 전기차 보급이 더 활성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팩 가격이 1kWh(킬로와트시)당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야만 전기차가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의 가격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한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BNEF(블룸버그 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팩 가격은 지난해 156달러로, 2024년에야 kWh당 94달러까지 떨어져 100달러를 밑돌 전망이다.

눈과 귀를 열면 돈과 경제가 보인다[비즈니스워치 유튜브 구독하기]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많이 본 뉴스 최근 2주 한달

산업·부동산 경제·증권 디지털·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