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LG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LG그룹에서 독립한다. 그룹 지주사인 ㈜LG에서 해당 계열사 투자분을 인적분할키로 했고, 향후 구 고문과 구 회장이 각각의 지분을 교환하는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구 고문은 약 1조원 규모인 ㈜LG 지분 7.72%를 들고 있었는데, 분할 후 이를 조카 구 회장에게 내주고 분할 부문을 총괄하는 새 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하면 계열분리가 마무리된다.
분할부문은 지주사 자산 규모로 현재 LG그룹의 약 9%에 해당한다. 현재 LG그룹의 주력인 LG전자, LG화학과 연관성이 적은 업종이어서 계열분리를 통해 LG그룹은 향후 기존 주력 업종에 더욱 집중하고, 분할부문 역시 새 체제에서 성장동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LG 0.91대 0.09 인적분할..숙부몫 분리
㈜LG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13개 자회사 출자 부문 가운데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가칭 '㈜LG신설지주'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LG신설지주가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LG상사 자회사인 판토스 등을 손자회사로 편입하는 안이다.
신설지주는 구본준 고문 몫이다. 신설지주에 새로 구성하는 이사회는 구 고문과 함께 송치호 LG상사 고문이 대표이사를 맡으며 박장수 ㈜LG 재경팀 전무도 함께 한다. 사외이사는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강대형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각각 내정됐다.
이번 분할은 인적분할 방식이어서 존속-신설 지주 모두 현재의 지주회사 및 상장회사 체제가 유지된다. 분할비율은 별도 재무제표상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에 따라 '㈜LG 0.9115879, 신설 지주 0.0884121'로 결정됐다. ㈜LG는 내년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거칠 예정이며, 이어 5월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신설지주 2개 체제로 분리된다.
LG 관계자는 "기존 ㈜LG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회사분할 후 (주)LG 91주, 신설 지주회사는 재상장 주식 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액면가액을 1000원으로 정함에 따라 44주를 각각 교부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존속회사 ㈜LG는 자산 9조7798억원, 자본 9조3889억원, 부채 3909억원, 부채비율 4.2%가 되며, 신설 지주는 자산 9133억원, 자본 9108억원, 부채 25억원, 부채비율 0.3%이 된다.
◇ 자산 8.6조, 매출 15조 규모 계열분리
구 고문은 LG그룹 2대 회장인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3남이자, 3대 회장인 고 구본무 회장의 둘째 남동생이다. 구본무 회장이 2018년 별세할 때까지 33년간 함께 했다. LG반도체, LG필립스LCD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LG상사, LG전자, ㈜LG 부회장을 지냈다. 구 회장 타계 직후 LG그룹의 과도기 총수를 맡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조카 구광모 회장이 선임된 뒤 깨끗하게 용퇴했다.
구 고문 계열로 분리될 5개사는 자원개발 및 인프라(LG상사), 물류(판토스), 시스템반도체 설계 (실리콘웍스), 건축자재(LG하우시스) 및 기초소재(LG MMA) 사업을 각각 맡고 있다. 자산규모는 작년말 기준 8조6835억원이다. 작년 매출 15조2503억원, 영업이익 3508억원이의 실적을 올렸다.기존 LG그룹에서는 비주력이었지만 각각 산업에서 경쟁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분할 후 LG상사는 중점사업으로 육성 중인 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거래물량 및 생산성을 강화하고, 헬스케어 및 친환경 분야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LG하우시스는 친환경 고급 건축내장 제품과 서비스로 사업을 차별화하고 소비자 중심(B2C) 사업 확대를 위한 유통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실리콘웍스, 판토스, LG MMA 등은 디지털화, 비대면 트렌드에 맞게 다각화된 사업 및 고객 포트폴리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로 육성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고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LG 측은 "신설 지주회사는 산하 사업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과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하고, 기업공개 등을 통해 외부 자본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소규모 지주회사 체제의 강점을 살려 시장 및 고객 변화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외부 협력 및 인재 육성 체제, 애자일(Agile,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