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서 분가하는 'LX홀딩스'가 계열분리 작업의 9부 능선을 넘었다. 26일 열린 ㈜LG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분할계획이 승인을 받으면서다. LX홀딩스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회사들을 집중 육성해 사업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다만 대주주간 지분 교통 정리, 출범 전부터 논란이 된 사명 갈등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LG 주총서 지주사 분할 승인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 주주총회에서는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를 설립하는 지주회사 분할계획을 승인했다. 이번 주총에는 주주의 89.2%가 참석해 이 중 76.6%가 이 안건에 찬성했다. 특별결의 사안인 분할 안건은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주총을 앞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분할에 대해 반해 의견을 권고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분할 승인에 따라 ㈜LG는 존속 지주회사 ㈜LG와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의 2개 지주회사로 쪼개진다.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LG MMA 등 4곳이 ㈜LG에서 분리, LX홀딩스 산하로 들어간다. LX홀딩스 공식 출범은 오는 5월1일이다.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배터리, 대형 OLED, 자동차 전장 등 성장동력을 강화한다.
작년말 기준 ㈜LG의 지배구조를 보면 구광모 LG 회장이 15.95%, 그의 숙부인 구본준 고문이 7.7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적분할에 따라 ㈜LG의 주주는 보유한 지분대로 LX홀딩스 지분을 받게 된다. 구광모 회장이 ㈜LG 15.95%와 LX홀딩스 15.95%를, 구본준 고문이 ㈜LG 7.72%와 LX홀딩스 7.72%를 보유하게 된다는 얘기다. 향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배권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광모 LG 대표는 영업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작년 LG는 자회사들과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비핵심 사업을 정비하고,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다"며 "올해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고객 중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을 쉼없이 이어가겠다"고 언급했다.
◇ 홀로서기 성공할까
LX홀딩스가 LG그룹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에 성공할지가 가장 큰 과제다. LX홀딩스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 회사를 키워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앞으로 LX홀딩스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주력 계열사인 LG상사의 경우 지난 2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목적 추가를 내용으로 한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LG상사가 사업목적을 추가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한 것은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새롭게 추가·변경된 사업목적은 ▲친환경 사업 추진을 위한 폐기물 수집 및 운송·처리시설 설치 및 운영 ▲디지털 경제확산에 따른 전자상거래·디지털콘텐츠·플랫폼 등 개발 및 운영 ▲의료검사·분석 및 진단서비스업 ▲관광업 및 숙박업 등 7개다.
업계에서는 LG상사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플랫폼·솔루션 사업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LG상사는 잉여금 확대와 순차입금 감소를 통해 신사업을 위한 재무안정성도 확보한 바 있다. 관련기사☞ '꼬리에서 머리로…' LG상사·LG하우시스 재탄생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반적인 지표 흐름상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도 좋은 상황"이라며 "그룹사 분할 이후 발표될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부각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LG하우시스도 신설 지주회사 편입을 앞두고 최근 주총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강계웅 LG하우시스 대표는 최근 열린 주총에서 "올해 새로 출범되는 신설 지주회사로 편입을 앞두고 의미있는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며 어떠한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을 창출하는 1등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실리콘웍스도 향후 신사업 확장이 전망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 이후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와 PMIC(전력관리반도체) 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및 2차전지용 반도체 시장으로의 저변 확대도 예상돼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더없이 탄탄하다"고 짚었다.
'LX' 사명을 둘러싼 논란도 골칫거리다. LX를 영문 표기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는 LX홀딩스에 사명 관련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은 LX홀딩스의 사명 사용 중지와 함께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김정렬 사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LX홀딩스의 상표 출원은 국토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LX의 공공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