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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양극화' 비싼차-중고차만 팔린다

  • 2021.01.12(화) 17:40

현대차가 전망한 '올해 세계 차 시장'
판매 9% 늘지만 코로나 이전 만회 어려워
회복 속도따라 개인·국가·車회사 '양극화'

올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키워드는 '양극화'로 표현됐다. 소득별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이른바 '코로나 디바이드'가 자동차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선방한 고급차 시장이나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른 중국 시장을 선점한 완성차 업체에는 기회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가파른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예고다. 특히 올해는 순수 전기차(BEV)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BEV 개발 속도에 따른 완성차 업체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 "코로나에서 회복되려면 최소 3년"

12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리뷰 및 2021년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이동헌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지역분석실장(상무)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을 7910만대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보다 9% 증가한 수치다.

낙관을 담은 전망이지만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돌아간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올해 전망치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8670만대)과 비교하면 91% 수준에 머문다. 이 상무는 "2019년 판매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는 올해 자동차 시장 변화로 5가지를 꼽았다. ▲지역별 회복속도 차별화 ▲지역별 구매성향 양극화 ▲업체별 실적 양극화 ▲BEV 성장 가속화 ▲온라인 판매·구독서비스 확대 등이다. 크게 보면 개인간, 국가간, 자동차 회사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속도의 차이가 벌어지는 양극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다.

우선 국가별 자동차 판매 회복속도가 크게 차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한국, 미국 등은 빠르게 회복하지만 신흥국은 회복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예상 판매량(2140만대)이 전년 대비 10% 늘며, 2019년 판매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 상무는 "반면 신흥국은 리스크 측면에서 부채 위험이 현실화되고 정세 불안 등으로 판매 급락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한 국가 내에서도 가격이 비싸거나 저렴한 양극단의 차만 팔리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보복소비가 이어지면서 고가의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많이 팔렸다.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우 작년에 10만대 넘게 팔렸다. 이런 양극화는 미국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관련기사☞ 르노삼성보다 많이 팔린 제네시스, 홀로섰다

이 상무는 "미국에서 구매력이 낮은 사람들이 중고차에 몰리면서 작년 6월 중고차 지표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며 "신차 시장에서 작년 3분기 미국 차급별 판매증감을 보면 중형세단은 21.4%, 서브콤팩트SUV는 12.5% 각각 줄었지만 고급SUV는 0.4% 주는 데 그쳤고 중형SUV는 오히려 5.8% 증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회사간 실적 회복 속도도 차별화된다.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폭스바겐, GM, 토요타 등은 유리하지만 중국에서 입지가 좁은 FCA(피아트크라이슬러) PSA(푸조-시트로엥) 등은 불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시장에서 부진에 빠진 현대차그룹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상무는 "중국, 미국 등에 포트폴리오를 가진 업체들은 회복속도가 빠르고, 그 외는 쉽지 않다"며 "차 판매 대수가 줄어들면서 완성차 업체간 수익성 싸움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이 미래 투자로 이어지면서 선도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전기차 모델

◇ 전기차 1위 경쟁…가격전쟁으로

양극화 심화 속에서도 전기차 판매는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전세계 BEV 판매량은 235만대로, 2020년보다 38.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 폭스바겐의 'ID 4', 테슬라의 '모델Y' 등이 올해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 상무는 "올해 테슬라, 폭스바겐 등의 전기차 리더십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성능과 사양 중심 경쟁에서 올해는 가격과 마케팅이 부각되면서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테슬라보다 낫다? 현대차 'E-GMP' 궁금점 셋

코로나19가 자동차의 판매방식을 바꿔내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기존 딜러 중심의 판매망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자동차에도 '구독 서비스'가 도입되는 것 등이다. 일례로 토요타는 일본에서만 하던 구독서비스(킨토)를 유럽에 적용했고 적용대상도 렉서스에서 일반 토요타 모델로 확대했다. 이 상무는 "다만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딜러' 리스크가 있다"며 "가장 먼저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볼보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딜러협회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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