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또 한 번 '조기출시' 카드를 꺼낼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하반기 플래그십(전략) 제품을 9월께 공개해왔는데, 올해는 한 달 앞당긴 8월 공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하반기 플래그십으로 내세웠던 '노트' 라인업 대신 '폴더블'이 주인공이다.
삼성전자는 한 달 앞당긴 신제품 공개를 통해 신작 공백기를 줄여 매출을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밀고 있는 '폴더블폰 대중화'에도 더욱 힘을 실으려는 모습이다.
새로워진 Z폴드·플립, 8월 출격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월 초 온라인 언팩을 통해 폴더블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을 공개할 전망이다. 출시는 8월 말로 예상되는데, 일반적으로 플래그십 제품이 금요일에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8월27일이 유력하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갤럭시Z폴드3는 폴더블폰 최초로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는 전면 카메라를 화면 밑에 배치하는 기술이다. 화면에서 카메라 홀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풀 스크린을 구현할 수 있다.
갤럭시 노트의 시리즈의 주무기인 S펜 탑재도 유력하다. 폴더블폰에 S펜을 적용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내구성을 개선하고 화면 손상을 최소화하는 S펜을 새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Z플립3는 화면을 닫았을 때 알림 등 정보를 띄워주는 카메라 옆 커버 디스플레이가 전작 대비 2배가량 커지면서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색상도 투톤으로 적용되는 등 디자인 변화도 예상된다.
노트 대신 폴더블 키우기…대중화 목표
삼성전자는 이번 폴더블폰 신제품을 통해 본격적인 '폴더블폰 대중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하반기 플래그십 라인업인 '노트' 제품을 출시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에서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폼팩터로 스마트폰 시장 흐름을 바꾸겠다는 의도다. ▷관련기사: 올해 '갤럭시 노트' 없다…빈자리는 'Z'로(3월17일)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S21 FE'의 출시를 미룬 것도 폴더블폰 대중화를 위한 연장선에 있다는 관측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라인업과 함께 갤럭시S21 FE를 공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바 형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분산하지 않고 폴더블폰 마케팅에 집중하기 위해 갤럭시S21 FE 출시 시점은 가을께로 연기하려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대중화를 위한 필수 조건인 '가격'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가격을 낮춰 대중에게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의도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공개되는 갤럭시 폴더블폰 라인업은 전작 대비 20%가량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제품의 가격이 내려가면 전작의 가격 또한 하락할 가능성이 커져 폴더블폰에 대한 접근이 더욱더 쉬워질 수 있다.
출시 앞당기기…언제까지 유효할까
작년의 경우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신제품(갤럭시Z폴드2, 갤럭시Z플립 5G)을 선보인 것(언팩)은 9월1일이었고, 시장에 푼 것은 같은 달 18일이었다. 이에 비해 올해는 출시 시기가 한 달가량 빨라지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갤럭시Z플립2가 출시된 적이 없지만 작년 출시된 5G 모델을 플립2로 간주하고 이번 모델에는 폴드와 숫자를 맞춰 '3'을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플래그십 제품의 조기 출시를 결정한 것은 주력 제품 판촉에서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S21의 출시를 한 달 정도 앞당기면서 실적 호조를 기록한 바 있다. 1월초 제품을 출시해 분기 실적에 성적이 온전히 반영된 효과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은 매출액 29조2100억원, 영업이익 4조3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12.3%, 영업이익은 65.7% 증가한 수준이다. 갤럭시 S21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가 증가했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A시리즈도 견조한 판매를 이어 큰 폭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달성했다는 것이 삼성전자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역시 제품 이처럼 출시 시점을 앞당겨 실적 개선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경쟁사 제품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같은 폼팩터는 아니지만 갤럭시 폴더블폰의 가장 큰 경쟁 제품은 아이폰이다. 애플은 올해 9월을 목표로 아이폰13 공개 준비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한 달 정도 빠른 시점에 신제품을 내놔 기선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위아래로 치이는데…칩 수급 변수까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폴더블폰에 미래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주축으로 하는 플래그십 라인업과 보급형 모델 갤럭시A로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출시한 애플의 아이폰12의 흥행과 중국 기업들의 가성비폰에 두 제품군 모두 치이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1700만대를 출하해 12.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1위인 애플(30.2%)과 2위 오포(16%), 3위 비보(14.5%)에 이은 4위다. 5위인 샤오미와도 차이가 근소했다. 이 기간 샤오미는 1660만대를 팔아 점유율 12.4%로 5위를 기록했다. 5G 시장 초기였던 작년 830만대를 출하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폴더블폰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에서 73%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시장은 선점하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을 키워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주도권을 되찾는 전략을 성공시켜야 한다.
하지만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지난 3월 폴더블폰 '미믹스폴드'를 선보인 샤오미는 국내 기준 100만원대 중반대로 가격을 낮춘 폴더블폰을 준비하고 있다. 오포는 조개껍데기 디자인의 폴더블폰을, 비보는 8인치 크기의 폴더블폰을 준비 중이다.
반도체 칩 부족 현상도 변수다. 칩 부족이 폴더블폰 출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칩 수급이 타이트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맞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갤럭시S21 FE가 미뤄진 것도 칩 부족 영향이 없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지만 폴더블 제품군에 비해 수익성은 떨어지는 제품이어서다.